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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Jan 28. 2023

19. 삿포로에 갈까요?

어느 눈덮인 곳에서 우리 둘만 갇혀있다면

삿포로에 갈까요?


나는 이 문장을 몇번이나 썼다가 다시 지워봅니다.


삿포로에 갈까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는 말이라

당신이 혹여 부담스럽게 여길까

아니면 나를 너무 가벼이 여길까

문장은 계속해서 썼다가 지웠다가 또 썼다가…


내가 당신에게 삿포로에 가자는 그 말이

어쩌면 너무 나를 가볍게 여기도록

만들지는 몰라도 그 문장에 담은 내 마음은

우리가 기울이던 술잔들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제게는 추워요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우리 함께 걸을 때

나는 얼어붙은 내 발도 당신의 발도 너무 가엾습니다


어때요 삿포로가 너무 멀다면

우리 오늘은 서로의 발에 이불을 덮어줄까요

그동안 추워 꽁꽁 얼어붙었던 발들이

오늘은 따뜻한 이불을 덮고 몸을 녹이게

우리 오늘은 그동안 정처없이 헤매고 걷느라

가엾게 추위에 떨던 발 위에 포근히 이불을 덮어요

얼마 전 산 포근한 이불을 덮어준다면


글쎄요 벌써 봄이 온 건지 착각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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