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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myoo Jul 06. 2023

12. 어른들의 시각 안에 아이를 가두진 않나요?

"선생님, 2학기에는 시험 안 본대요."

"그래? 작년에는 시험 봤는데."

"반이 다르겠죠. 선생님이 그랬어요. 시험 안 본다고요."

"그래? 좋겠네 "

“…”

"너 시험 보고 싶구나? 시험 잘 봐서 상 받고 싶지?"

"헤헤헤, 몰라요!"

"시험 보면 공부해야 하는데?” 

“하면 되죠!"


지수가 시험을 보고 싶다고 하네요. 참 놀랄 일이었습니다. 지수는 영어 유치원에서 항상 뒤처지는 아이었습니다. 스펠링 테스트를 보면 매번 0점을 받아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0점으로 유명한 아이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이나 테스트라고 하면 지긋지긋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시험을 보고 싶다네요!


긍정적인 성격의 지수는 유치원에서는 힘들었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글짓기와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상을 두 번이나 받으면서. 자존감과 만족감이 매우 높아졌지요. 인정 받았을 때의 기쁨을 누리면서. 유치원과 달리 학교에서는 인정받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도 공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모든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어합니다.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잘 하는지 모르고,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나쁜 경험이 쌓이면서 공부가 싫어지고, 결국 잘하고 싶은 마음도 숨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또 정말 잘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이 잘하고 싶은 마음을 절대 꺼트리면 안 되는 불씨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고 싶지? 선생님만 믿어! 공부 잘하게 해줄게”라고 말하곤 합니다. 단순한 한마디 말이지만, 아이 스스로 잘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확인하게 하고. 그 마음을 지켜주려는 저의 마음도 함께 다지기 위해서 입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불씨라고 한다면, 그 마음을 차근히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겠죠? 땔감과 적당한 바람이 있어야 불이 타오르듯, 잘 하고 싶은 마음도 노력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면 활활 타오르게 됩니다.'반면 분무기로 몇 번만 물을 뿌려도 불씨는 죽어 버리듯, 몇 번의 부정적인 경험을 하면 잘하고 싶은 마음은 깊숙이 숨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잘하고 싶은 마음은 불씨처럼 영원히 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아이 마음 깊숙이 숨어 버리기 때문에, 언제든 그 숨은 마음을 다시 꺼내서 키워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공부도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정해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하지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결정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아이의 뇌를 속이는 방법을 가끔 이용합니다. "공부 잘하고 싶지""라고 묻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공부 잘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확인하게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인생을 위해 본인이 결정했다는 마음을 확인하고 키워주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가능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고르게 하거나, 두세 권 중에서 선택권을 주는 것입니다. 글을 쓸 때도 쓸 내용을 본인이 흥분히 생각하게 한 후. 자기가 결정한 내용을 쓴다는 기분을 충분히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던 최대한 인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흡족하지 않은 결정을 하더라도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것이 좋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래야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느끼게 됩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스스로 책을 읽고 싶다고 느끼고, 학습하고 싶다는 생각을 반복해서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가끔 재미는 없지만 꼭 읽어야 하는 책은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준 후 일부러 못 읽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청개구리처럼 더 궁금해하며 읽어보겠다고 때를 부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한 장 정도만 읽어주고, 궁금하면 본인이 직접 읽어보도록 책상 위에 놓아주기만 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 정말 책을 읽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됩니다. 아이가 읽기에 어려워서 읽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읽고 싶다는 마음을 반복해서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마음이 커져야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자리를 잡게 되니까요.


교육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준비성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준비도가 높을 때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이 더 맛있듯이 궁금한 마음이 클수록 집중도와 학습 성과가 높아지는 것이지요. 지수는 유치원 때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는 자신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 즉 동기가 생긴 것입니다. 다행히 학교에서 상도받고 인정받으면서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지요. 시험을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말입니다. 


공부에 대한 자발성은 이렇게 키워집니다. 그래서 지수는 어떻게 하면 학교 수업을 잘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흔쾌히 잘 따라줍니다. 힘든 마음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이지요. 이렇게 일과 놀이의 변증법족 순간, 해야 할 것이지만 즐기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온 것입니다.


물론 지수가 성장하는 내내 넘어야 할 산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잘 깨닫고 기본기를 단단히 쌓아 가면 됩니다. 인간은 실패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니까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회복력이 좋습니다. 동기와 동력만 있으면 스스로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시각 안에 아이를 가두진 않나요?


그래서 억지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공부는 싫은 것으로 인식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https://youtu.be/_qL7ma3ALQU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 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 저자

<초등 1, 2학년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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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https://blog.naver.com/mm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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