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전세계 사람들은 농경시대의 잘못된 습관과 편견을 수정해 나가고 있는 중이구나! 하루 3끼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믿음은 노벨상을 받은 오토파지(autophagie) 이론에 의해 흔들리고 있죠. 교육계에도 농경시대의 습관과 편견이 있었고, 흔들리고 있거나 혹은 그러길 바랍니다. 무슨 말을 하나 의아하셨죠? 이 속담을 들려드리면 조금 이해가 될까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 사람은 나무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들의 무의식에는 이런 믿음이 잠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다보면, 열매가 많이 맺는 가지로 에너지를 모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수확량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니, 비료나 물을 열매 많이 맺는 가지로 모아주고 싶은거죠. 예전에 장남에게 재산을 모아주던 것도 다 이런 집단무의식의 반영이었던 것 같아요. 교육도 마찬가지였죠. 잘 하는 애들을 더 잘하게 밀어주어야 할 것만 같은... 왠지 그런 집단 무의식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흔들리고 있고, 무너지길 바래요. 자 그럼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하워드 가드너는 미국 교육계에서 아주 영향력 있는 아동 심리학자입니다. 하버드대학 교육심리학과 교수이자, 보스턴 의과대학 신경 학과 교수라는 이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능에 대한 그의 연구와 책 들은 경외감을 품게 합니다. 저는 그를 현대적 지능을 선언한 선구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흔히 아이큐 IQ Intelligence Quotient 라고 하는 단일 지능의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 지능의 범위를 7개의 영역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렇게 지능의 범주를 넓혀서 인간의 가치를 증대시켰으며, 그 뜻이 교육계에도 반영되어 교육의 방향과 태도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 최근 하워드 가드너는 퇴직을 했고, 은퇴한 이론가입니다. 미국에서 아동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충격 받은 점은 하워드 가드너 조차 옛날 이론가 취급을 한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뉴로사이언스가 워낙 발달하여, 뇌세포 단위로 연구가 되는 시점이니 그럴만도 한 것 같아요. 어쨋든...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학교는 획일화 되어왔다. 학생들은 똑같은 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배우고 평가받았다. 이런 접근법은 공평해 보인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접근법은 공평하지 않다. 학교는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지능이 강한 사람에게는 유리하고, 다른 지능 프로파일을 나타내는 사람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개인 중심 교육은 자기심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차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교육법이다. - 하워드 가드너 <다중지능>
겨우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의 다층지능까지 신경 써야 하나 의구심을 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다중지능을 언급하는 이유는 초등학교 1. 2학년 때 두각을 보이거나, 혹은 좀 부족하다고 해서 아이에게 편견을 갖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지능 프로파일에 따라서 기존의 학교교육에 쉽게 적응하는 아이가 있고, 또 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학습의 관점에서는 유난히 똑똑해 보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반면 어눌하다 느끼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것도 또 쉽게 안도할 일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모든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워드 가드너는 "인간의 지능이 그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고유한 재능을 발견하고 차분히 대처했으면 합니다. * 아이들마다 다른 재능을 발휘하는 방법과 그 재능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에 대해서 언젠가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워드 가드너가 언급한 7개의 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공 간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 연친화지능입니다. 모든 인간은 한 두 개에서 서너 개의 강점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7개의 지능을 기준으로 아이 개인의 지능 프로파일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진로를 정할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두 지능이 유별나게 발달한 레이저형 프로 파일과 다양한 지능이 고르게 발달한 서치라이트형 프로파일로 나뉩니다. 모차르트처럼 음악지능에 특별히 탁월한 경우라면 레이저형 프로 파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반대로 세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강점이 균일하게 나타나는 사람을 서치라이트형 프로파일이라고 합니다. 이 서치라이트형 프로파일은 강점지능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능이 고르게 발달했으니 그렇겠죠? 인터넷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질문지도 있으니 참고하여 아이의 프로파일을 이해해봤으면 합니다. 하지만 아동기의 지능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한두 번의 테스트로 섣부른 판단을 할까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초동학교 6년간 아이의 지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면 다중지능을 이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 것 같습니다. 지능검사보다 중요한 것이 관련 경험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꼭 알았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친화지능이 높은 아이가 아파트 단지에서만 생활하고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다면, 이 지능이 개발될 확률이 낮아 집니다. 이렇게 자연친화지능이 높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거나 뒤늦게 발견되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줬으면 합니다.
실제로 하워드 가드너는 음악지능이 낮은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음악지능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의 고유한 지능이 안타깝게 발견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아 조심스럽지만 알려 드립니다.
각각의 지능과 관련된 경험을 제공하여 아이의 프로파일을 이해하고, 아이 스스로도 경험을 통해 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기 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중지능 이론의 핵심은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지능이 아닌 다른 지능으로 시선을 옮겼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로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지능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물론 아직 과도기에 있지만 변화의 징후는 교육 현장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미국의 '프로젝트 수업이 대표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하교 1, 2학년 때는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지능이 높아야 학습에 잘 적응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부형의 입장이라면 어느 것 하나 놓칠 수가 없겠지요. 이해합니다.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지능 또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발달될 수 있는 학습 영역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1.2 학년 때는 사실 대동소이한 차이일 뿐인데, 학습의 수준이 낮다보니, 그 차이가 크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 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 저자
<초등 1, 2학년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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