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꽃섬이라 불릴 만큼 계절마다 형형색색의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한 논보다는 밭이 많은 제주의 특성상 하나의 밭에서 다르게 펼쳐지는 작물의 생장을 보면 그것 또한 경이롭다.
겨울에도 푸르렀던 무밭과 무걷이 전경
겨울부터 쉴 새 없이 밭에서는 다양한 작물이 성장하고 수확된다. 겨울과 봄까지는 무가 한창이고, 무걷이가 끝난 밭에서는 보리를 심어 보리추수가 5월까지 진행된다. 그다음에는 메밀을 심어 6월이 된 지금에는 새하얀 꽃망울이 가득 찬 메밀밭을 감상하게 된다. 또 6월에는 수국이 톡톡 고개를 내밀며 꽃을 피워내고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큰 얼굴을 가진 꽃으로 장식하게 된다.
황금보리로 물들었던 5월
6월이 되니 새하얀 메밀꽃이 팡팡
집 앞만 나가도 메밀밭에 수국을 볼 수 있는 요즘은 한낮은 더워도 해 질 녘의 노을과 선선한 바람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그렇게 계절마다 달라지는 밭과 풍경을 바라보다 초여름인 지금, 녹음은 더 푸르러지고 밭의 작물도 더 풍성해지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지나가는 산책길도 수국이 있어 화려하다
그렇게 제주는 6월에 알맞은 옷을 입는 중이다. 한 해의 절반을 향해 가고 있는 2024년의 허리인 6월에, 산책을 하며 나는 얼마만큼 변화하고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야심 차게 가졌던 포부가 한풀 꺾인 채 쪼그라든 마음으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며 서성이며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후회와 자책감으로 얼룩진 2024년 절반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산책을 나간다. 더욱 적극적으로 햇빛을 받고, 그늘에 쉬어가며, 노을을 만끽하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더욱 마음에 새긴다. 시간에 따라 각자의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는 자연을 본받아 산책을 하며 새로움을 맛본다. 다시 시작할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6월이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산책을 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환기시켜 일어날 동력이 되도록.여행하듯 산책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