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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un 20. 2024

여름의 텃밭은 싱그러움이다

봄에 부지런히 심고 가꾼 덕에 여름이 되자 올망졸망했던 싹들이 자라나 어느새 텃밭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종류도 다양하여 상추, 깻잎, 대파, 쪽파, 오이, 가지, 고추, 옥수수, 방울토마토, 부추, 딸기까지. 상추와 깻잎은 날마다 따 먹는 것 같은데 화수분처럼 계속 자라나고 있다.


 방울토마토도 올망졸망 달려 초록에서 붉은색으로 물들면 새들이 따먹기 전에 냉큼 따 먹는다. 딸기도 한 알, 두 알 빨갛게 영그는데 딸기 주인인 둘째가 한 알이 탐스럽게 변하면 아무도 모르게 학교 다녀와서 텃밭에 가서 따 먹고 들어 온다.

올해 처음 심어본 옥수수도 키가 훌쩍 자라나서 시선을 집중시키며 기대하게 만든다. 물만 줘도 햇빛만 받아도 어떻게 이렇게 쑥쑥 자라날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열매가 달려 있고, 하룻밤 자고 나면 키가 쑥 커 있다. 상추는 이웃에 나눔 하기 바쁘고, 끼니때마다 신선한 상추를 따서 씻어서 입에 한아름 욱여넣는다. 깻잎은 어찌나 향이 좋은지 딸 때도 향이 좋고 먹을 때도 향이 좋다. 깻잎이 향이 나는 허브과 식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향이 진하고 향긋한지 몰랐다.


한 편 여름의 텃밭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 근심하는 이가 하나 있으니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텃밭의 작물 못지않게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라는 잡초를 볼 때마다 근심하고 있다. 그리고 고추 4대를 심었는데 뿌리부터 말라버려 죽고 이제 1대만 남았다고 걱정을 한다. 나는 그저 끼니때마다 남편에게 상추와 깻잎을 대파를 부탁만 하는지라 텃밭의 사정을 알 리 없지만 남편은 속상해한다.


보기만 하고 먹기만 하며 즐기는 이는 따로 있고, 텃밭을 가꾸고 걱정해 주는 이가 따로 있지만 텃밭은 우리 가족에게 주는 즐거움과 싱그러움이다. 이웃에게 나눔 할 수 있는 풍성함이기도 하다.

곧 장마소식이 있어 물을 듬뿍 먹고 자라날 식물들이 기대된다. 옥수수가 영글어 가고, 가지와 오이가 열리고, 상추는 이미 상추나무가 되어있지만 더욱 풍성해지겠지.

여름의 텃밭은 배시시 웃게 하는 싱그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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