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부지런히 심고 가꾼 덕에 여름이 되자 올망졸망했던 싹들이 자라나 어느새 텃밭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종류도 다양하여 상추, 깻잎, 대파, 쪽파, 오이, 가지, 고추, 옥수수, 방울토마토, 부추, 딸기까지. 상추와 깻잎은 날마다 따 먹는 것 같은데 화수분처럼 계속 자라나고 있다.
방울토마토도 올망졸망 달려 초록에서 붉은색으로 물들면 새들이 따먹기 전에 냉큼 따 먹는다. 딸기도 한 알, 두 알 빨갛게 영그는데 딸기 주인인 둘째가 한 알이 탐스럽게 변하면 아무도 모르게 학교 다녀와서 텃밭에 가서 따 먹고 들어 온다.
올해 처음 심어본 옥수수도 키가 훌쩍 자라나서 시선을 집중시키며 기대하게 만든다. 물만 줘도 햇빛만 받아도 어떻게 이렇게 쑥쑥 자라날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열매가 달려 있고, 하룻밤 자고 나면 키가 쑥 커 있다. 상추는 이웃에 나눔 하기 바쁘고, 끼니때마다 신선한 상추를 따서 씻어서 입에 한아름 욱여넣는다. 깻잎은 어찌나 향이 좋은지 딸 때도 향이 좋고 먹을 때도 향이 좋다. 깻잎이 향이 나는 허브과 식물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향이 진하고 향긋한지 몰랐다.
한 편 여름의 텃밭이 무럭무럭 자라날 때 근심하는 이가 하나 있으니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텃밭의 작물 못지않게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라는 잡초를 볼 때마다 근심하고 있다. 그리고 고추 4대를 심었는데 뿌리부터 말라버려 죽고 이제 1대만 남았다고 걱정을 한다. 나는 그저 끼니때마다 남편에게 상추와 깻잎을 대파를 부탁만 하는지라 텃밭의 사정을 알 리 없지만 남편은 속상해한다.
보기만 하고 먹기만 하며 즐기는 이는 따로 있고, 텃밭을 가꾸고 걱정해 주는 이가 따로 있지만 텃밭은 우리 가족에게 주는 즐거움과 싱그러움이다. 이웃에게 나눔 할 수 있는 풍성함이기도 하다.
곧 장마소식이 있어 물을 듬뿍 먹고 자라날 식물들이 기대된다. 옥수수가 영글어 가고, 가지와 오이가 열리고, 상추는 이미 상추나무가 되어있지만 더욱 풍성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