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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니 Jul 24. 2024

옥수수 익어 갈 무렵

비가 많이 오고, 햇볕이 강렬한 여름은 여름작물들이 쑥쑥 잘 자라나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여름 제철 작물은 뭐가 있을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실하게 영글어 가는 과일, 채소를 언뜻 떠올려만 봐도 서 너 가지 이름을 댈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하다. 우리 집 주변의 밭만 봐도 그 품종이 정말 다양한데, 우리 집 텃밭에도 다양한 작물이 커 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금 유독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작물이 있으니 바로 옥수수이다. 우선 큰 키가 압도적인 비주얼로 주변 작물의 키를 더욱 작아 보이게 한다. 하룻밤 사이에는 모르겠다가도 이틀 째가 되면 우리 둘째 키를 쑥쑥 넘는 옥수수 덕에 오늘은 옥수수의 키가 얼마나 자라났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옥수수가 영글어 갈 때쯤이면 수염을 드리우며 나 여기 있소. 똑 따서 잡수시오. 하는 말을 걸어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착각은 언제 따먹을 수 있나 하는 눈길로 야금야금 넘보게 한다.

다른 작물을 순식간에 꼬꼬마로 만들어 버리는 옥수수


옥수수에 이렇게 진심이었나 싶을 정도로 호기심과 기다림을 선사하는 그 녀석을 보면 자연히 어릴 때가 떠오른다. 뜨거운 여름에 뜨거운 솥 앞에서 옥수수를 삶아 주시던 엄마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하고, 노란 옥수수를 먹다가 이빨에 다 끼어버려 이빨 사이에 낀 옥수수를 혀로,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빼내다가 핀잔을 들은 기억도 있다. 찰옥수수 맛을 몰라 노란 옥수수만 고집하던 때가 있었으며, 옥수수를 다 먹고 남은 옥수수로 하모니카 불며 갖고 놀다가 그 안의 단 물을 쪽쪽 빨아먹던 것도 생각난다.


제주에 오니 초당 옥수수라는 것을 맛보고 어떻게 이렇게 아삭한 데다 단 옥수수가 있나 싶어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고, 누군가 옥수수를 많이 주시면 좋다가도 이 많은 옥수수를 삶아서 어떻게 보관하나 싶어 난감할 때도 있었다. 손주들이 옥수수 먹고 싶어 할까 봐 옥수수를 정성껏 삶아서 보내 주시는 친정엄마의 손길도 여름이면 어김이 없다.




주위에 계시는 농사 전문가 이웃에게 여쭤보니 이제 큰 놈들은 따서 먹으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딸 때는 옥수수의 큰 줄기를 꺾지 말고 열매만 똑 분질러 따라고 하셨다. 옥수수 수확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알듯 말 듯 한 표정을 짓자,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때가 되면 직접 따 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눈으로는 벌써 따 먹고 맛보고 뜯어먹은 옥수수의 수확날이 다가오고 있다. 고놈의 색깔은 어떨지 얼마나 영글어서 속이 꽉 찼을지 너무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여다보는 나와 우리 집 아이들의 궁금증이 곧 해갈될 것이다.


우리 집 마당은 옥수수 익어갈 무렵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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