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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으면 프로다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저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야구는 1982년 전과 후로 나뉩니다. 왜 1982년이냐고요? 그해에 프로야구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전에는 고교야구 인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저 또한 고교야구에 푹 빠져서 고교야구 대회 중계를 챙겨보곤 했었는데, 야구에 프로리그가 생긴다니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알았던 프로야구는 멋진 고등학교 오빠들이 하는 재밌는 야구가 아니라 우락부락한 성인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하는 전쟁 같은 야구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쟁 같은 야구를 하는 프로야구 선수는 실업팀 선수와는 달리 엄청난 연봉을 받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생이던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큰 숫자의 연봉을 받는다고는 했는데, 이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야구선수와 프로 야구선수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수십 년 동안 야구를 좋아하는 제 관점으로는 아마추어는 본인 성장을 위해 운동하고, 프로는 관객을 즐겁게 하려고 운동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 야구선수는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연구하고 그 플레이를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입니다. 따라서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소비자 지향인가 아닌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봉은 능력을 소비하는 대상이 지급하는 것이니 프로야구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 연봉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원리라고 할 수 있겠죠.


여기서 다시 질문에 생깁니다. 그렇다면 저는 제 분야에서 프로일까요, 아마추어일까요? 저 스스로는 프로라고 자부하고 제가 만들어온 이력에 자긍심이 있지만 그것으로 제가 프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스포츠 종목에서 보면 프로라고 하면 자신의 가치를 연봉 협상으로 수치화하던데, 저는 그렇지 않으니 프로가 아닌 걸까요?

저의 이런 질문에 답을 해 준 사람은 뜻밖에도 원로 야구인인 김성근 감독님이었습니다. 김성근 감독님은 1941년생으로 재일교포 출신 야구인입니다. 감독님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전설적인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선수 양성에 특별함을 보여주어 ‘야구의 신’을 줄인 ‘야신’이라고 불립니다. 김성근 감독님은 80대 중반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한 방송에서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로 구성된 야구팀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선수들이 무기력한 태도로 임했던 게임에서 패배한 후 감독님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략 이랬습니다.

시합은 아마추어팀과 하든 프로팀과 하든 이겨야 한다고. 너희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수백 명 스태프들의, 그 가족까지 하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생활이 달려있다고. 너희들이 프로야구에서 은퇴했다고 경기를 해이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프로에서 은퇴해도 프로라고. 돈 받고 하면 다 프로라고.

방송을 보다가 저는 감독님에게 야구 방망이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때 감독님의 말을 듣고 프로와 아마추어는 연봉의 많고 적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이제는 저도 ‘돈 받으면 프로’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네, 그래서 저는 프로입니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프로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즉 돈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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