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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드배 Oct 15. 2019

20대 신입 바리스타들에게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

다시 휴일을 맞이했고 늦게 일어나 라면 하나를 끓여 먹은 후 업사이드 드립백 종이를 뜯으며 주전자가 아닌 냄비 채로 물을 붓고 있었다. 분명 커피의 열정이 가득했을 때는 이 주방 공간에 온갖 드립 커피 도구들로 가득했고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며 한 잔의 커피를 추출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도구에 딱히 연연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게 매너리즘이 아닌, 정말 그때 얻고 싶던 ‘익숙함’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어찌 됐던 긍정적인 의식을 흐름을 갖게 되어 기뻤다.

며칠 전에도 블로그 쪽지로 바리스타 꿈나무(?)란 아이디로 문의를 준 학생이 있었는데 잠시 나의 과거를 회상하며 문뜩 바리스타의 매너리즘과 기회에 대한 고찰을 떠올리곤 그에 대한 내용을 이어가게 되었다. 현대인이 직업을 불문하고 가장 정신적인 대미지를 많이 입는 것이 ‘같은 것을 반복했을 때’라고 한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은 그만큼 앞에 놓인 반복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시간적인 절대 감각이 사라지는 것. 최근 사회에 몸 담은 젊은 바리스타들이 이러한 같이 서클을 반복하는 것에 큰 조바심을 느끼는 듯했고 결국 짧으면 몇 달, 길면 1-2년 정도를 일하고 이직과 휴직기를 맞이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 학생에게 그런 날이 올 때면 여행이나 백수의 짜릿함을 빌미로 그만두지 말라고 전했다. 만약에 회사나 개인 카페가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여기서 기회가 있을 곳과 없는 곳을 판단하는 건 개개인의 몫이다. 이럴 땐 긍정적 시너지를 낳을 수 있는 기회주의자가 되어 보길) 필자 같은 경우엔 과거 대치동의 일부 아주머니의 드센 기를 이기지 못하고 큰 트라우마와 매너리즘을 겪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보스의 아량으로 보낸 일정 휴직기와 본질이 담긴 인스타그램의 정보 공유 등의 시작으로 어찌어찌 트라우마를 회복하고 실력과 짬을 계속 키워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매니저, 로스팅, 관리자, 기획자 등등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렇게 결국 작은 가게를 독립해서 키워낼 수 있게 되었다.

실상, 너무 안타까운 오늘날임엔 틀림없다. (사회적으로) 젊은이들이 자리 잡을 기회가 너무 적고 현재가 즐거워야 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필자의 생각에 빨리 이 20대에 뭔가에 집중하고 반복하는 삶을 유지해 놓지 않으면 정말 큰 자리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30대를 준비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는 게 아닐까 싶다. 20대는 원래 돈이 없다. 그게 정상이고 그걸 촉매로 같은 것에 반복되는 삶을 일상의 나태함을 저항하며 준비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기회와 진정한 실력을 기르는 것이 20대 사회생활의 본질인 것이다(환경과 각자의 상황을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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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종종 보는 후배나 외부 초심자 중에도 함께 일하고 싶을 정도로 성품과 인품이 좋은 친구들을 보게 된다. 우리처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은 저들에게 보다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게 의무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하며 나 또한 일상의 지루함을 버티며 버둥거리고 있다. 기회를 쟁취할 준비를 할 수 있길, 그리고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게 전문가로 가는 경험치인 걸 인지하고 매너리즘에 무너져 쉽게 그만두고 그 기회를 초기화하지 않길. 이라며 그 학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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