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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은 Dec 26. 2021

3번째 FDSC STAGE 후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다섯 명의 'Pathfinder'를 만났고 왔어요

팬데믹이 만들어낸 ‘일상의’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수많은 컨퍼런스가 온라인으로 옮겨 왔다는 것이다. 먼 길 찾아갈 필요도 없이 어디서나 쉽게 접속할 수 있고, 거기다 발표 자료까지 내 노트북 화면을 꽉 채워 볼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 이 변화에 굉장히 만족한다. 덕분에 올해는 작년보다 콘퍼런스를 2배 정도 더 많이 참가하고 있다.


컨퍼런스를 신청할 때마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내가 컨퍼런스를 찾는 이유는 ‘다양성’, 이 하나로 설명된다. 지금 소속되어 있는 조직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갈증이 있고, 그 서로 다른 관점을 들을수록 디자이너로서 나다움을 긍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은 FDSC STAGE에서 이런 자기긍정감을 진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올해로 3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FDSC STAGE는 ‘여성 디자이너’라는 맥락 안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5명의 디자이너가 본인만의 길을 만들어간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FDSC


나처럼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밀리의서재 이영주님부터 제로웨이스트샵 ‘더커먼’을 운영하시는 강경민님. 뉴미디어 스브스뉴스 총괄 디자이너 김태화님, 본인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시는 박은지님, 그리고 전 닷페이스 디자이너 김헵시바님까지.


내 인맥으로는 쉽게 만나 뵐 수 없는 분들과 한데 모여 화면을 넘어 인사이트, 위로, 응원,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말씀을 '나의 언어로 해석해' 기록해본다.






내 손을 떠난 일들이 나를 끌고 간다

내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빨리 규정하고 증명해내야 한다는 불안감이 들 때면 일단 그 생각을 떠나보내자.

닷페이스 디자이너 김헵시바님께서 같은 고민을 하신 경험을 말씀하시면서 결국 경계를 정하지 않고 했던 경험들이 오히려 본인을 아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하게 공유되었던 온라인 퀴퍼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역시 동료와 대화 중에 툭 나온 아이디어를 현실화해본 것이라 한다.

나 역시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업무 범위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갑자기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나에게 너튜브 영상 편집을 시킨다거나..) 머리로 답을 내릴 수 없는 고민에는 결국 경험이 답이다. 내가 어떤 디자이너일까 알아보고 싶다면 일단 지금 하는 일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해보는 게 최선 아닐까?



나라서 할 수 있다

겸손이 미덕이지만 일의 성과는 말을 해야 존재한다. 내 성과를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자.

또 본인 스스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내가 만들어 낸 성과를 긍정하고 내 경험의 힘을 믿자.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믿을 구석이 어딨냐고? 바로 내가 해온 업무들, 내가 거쳐온 모든 시간이다.



단단한 KPI를 세워두자

회사 업무에 대해 아쉬움이 남을 때 어떻게 대처하냐는 질문에 대해 이영주 디자이너분께서는 현명한 답변을 해주셨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서 근거 있는 아쉬움을 추구하자고 조언하시면서, 프로덕트 디자인에 있어서 기발하지 않더라도 기획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첨언하셨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되었다.

본인 KPI가 탄탄하게 세워 뒀다면 그 어떤 번쩍번쩍한 디자인도 갑분 현타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피드백은 선물이다

컴퓨터 언어를 아는 사람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코드 리뷰와 달리 디자인은 정말 아무에게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매력적이긴 하지만 힘들 때도 많은 게 사실이다. 역시 모든 디자이너의 고충인지 '피드백 얻고 반영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나요?'라는 질문이 있었고 다섯 분 모두 자신만의 팁을 적극 나눠주셨다.   


- 피드백 수용하는 게 자신감을 가지는 것과 반대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 핵심 멤버와 주요 사용자의 의견을 받아라. 펼쳐놓고 하는 피드백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해서 지양한다.

- 내 디자인 콘셉트를 제대로 이해를 시키고, 피드백을 받고 싶은 부분을 좁혀서 물어보자. 지금 내 디자인이 어떤 단계에 있는데(예를 들어 아이데이션 단계인지, 출시 전인지) 어떤 내용의 피드백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요청하자. 이때 요청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그저 참고만 하기로...

- 내가 남에게 피드백을 해야 하는 입장일 땐 좋은 점을 먼저 이야기하자. 피드백을 더 피드백스럽게 만든다.



옳은 일을 미루지 말자

대표 프로듀서 이름만 적는 게 일반적이던 뉴 미디어 업계에서 디자이너 크레딧 명확하게 표기하는 것부터, 디자이너의 업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 변화까지. 기존 시스템의 어려움을 용감하게 해결하고 있는 김태화님.

각자의 크레딧을 더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도 현시점에서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크레딧을 제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 더 나아갈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김헵시바님.

두 분 외에도 본인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을 제거해나가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이 다섯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얻은 가장 따듯하고도 무거운 교훈은 바로

‘당장 어렵기 때문에 또는 이제까지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옳은 일을 실행하는 걸 미루지 않는 것’이다. 그 어떤 선한 변화도 불가능하진 않을 거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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