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엄마 3

by 꿈꾸는 momo

사태가 아주 심각해졌을 때가 토요일이었다. 웬만해선 조바심을 내지 않으시는 아버님께서 우리를 호출하신건. 먼저 와 있던 아가씨는 인사도 잊은 채, 어둔 낯빛이었다. 마주치는 눈빛이 흔들렸다. 어머님은 초점 잃은 눈으로 바닥만 응시한 채 거실과 부엌을 왔다갔다하시며 웅얼웅얼 혼잣말을 하셨다. 아가씨가 어머님을 붙들고 뭐라 말했다. 어머님은 잠시 정지상태가 되었다 다시 하던 행동을 했다. 남편이 말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을 훔치는 아가씨에게도, 혼잣말을 하며 집안팎을 돌아다니시는 어머님께도, 말이 없으신 아버님께도 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어떤 말도 허용되지 않은 것 같았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나는 명백한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남편이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갔으나 두 곳에서 거절당했다. 당장은 진료가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병원도 다 문 닫았고, 그냥 내일 같이 교회 갑시다!"


답답한 마음에 외쳤던 남편의 한 마디가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게 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어떤 마음을 먹기에도 절박한 순간이었는지도. 결혼 전부터 절대 '교회'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고 못 박으셨던 두 분은 다음날, 순순히 교회를 따라나섰다. 친정아버지가 목회하시는 교회, 사돈네 교회를 말이다. 그게 첫걸음이었다. 차를 타고 1시간이 걸리는 사돈네 교회를 매주 꼬박꼬박 가게 된 것이. 신기하게도 어머님의 상태가 좋아졌다. 그 후로 어머님껜 내 친정부모님이 단순한 사돈이 아니었다. 어머님의 강박이 선택한 어떤 물건이나 관계처럼 두 분은 사돈 이상의 관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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