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의 세 번째 날은 셋 다 궁금해하고 기대했던 교토 당일치기. 이 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벼댔다. 일본 여행은 정말이지 부지런해야 한다. 뭐든 여행이 그럴 수도 있지만 유독 일본은 더한 것 같기도 하다. 밥은 못 먹더라도 커피는 마셔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호텔 바로 아래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 자판기 커피를 구매했다. 아직도 모든 게 신기하고 참 재밌다. 바글거리던 소음이 사라진 거리는 으슥하기도 했다.
수많은 교토의 여행지 중 우리가 고른 곳은 대나무가 우거진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 울창한 대나무 숲에서 사진도 찍고 자연을 느끼다 와야지 하면서 전철에서 서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텅텅 빈 기차 내부에 놀라면서 전세 내듯이 편히 아라시야마에 도착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걷기 운동 시작이다.
아라시야마로 가려면 20분쯤 걸어야 했던 것 같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동네 느낌의 아라시야마는 힐링하면서 걷기 딱 좋았다.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일본의 풍경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끼기도 했다. 우리 셋은 각자를 찍어주기도 하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슬슬 지쳐가던 찰나 아라시야마 입구가 다와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입구 앞에는 내가 일본에 오면 정말 맛보고 싶었던 당고 집이 있었다. 우선 구경 먼저 한 후에 구매하기로 하고 아라시야마로 들어갔다. 일찍 도착해서인지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일찍 일어나길 잘했네- 하면서 서로 대나무를 구경하고 사진 스폿을 찾아서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신사도 있고, 여러 블로그에서 본 기차 포토 스폿이 있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 인생샷을 찍는다길래 우리도 기다려보기로 했다. 몇십 분쯤 지나니 기차가 지나가서 번갈아가면서 사진을 찍어주고, 점점 오는 관광객에 기다렸다가 구경하기도 했다. 속으로는 저 기차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다 있는 걸까 상상하기도 했다.
나름 충분히 사진도 많이 찍고 구경도 많이 했단 생각에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오니 이제 올라오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이리저리 비켜주면서 왔다. 후후, 일찍 오길 잘했어를 연신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너무나도 맛보고 싶었던 당고를 손에 들렸다.
당고는 생각 외로 사이즈가 컸다. 딱 3개가 있어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먹기로 했다. 소스도 넘치게 많아서 흘리지 않게 먹느라 조금 진땀을 뺐다. 과연 그 첫맛은?!
음, 엄청나게 달고 맛있었다.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그냥저냥 한 번 맛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길엔 낙엽과 내가 여기 왔었다는 느낌이 들게끔 사진을 찍고 싶어서 신발과 한 컷.
이제 교토 시내로 가서 청수사를 구경하고 블루보틀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땐 몰랐다. 청수사에서 얼마나 사람 지옥을 맛보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