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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Aug 17. 2023

휴무일

일간 오은아




책방 휴무일엔 평상시 해결 못한 일이나 평일 아니면 안 되는 일들을 하느라 바쁘다. 치과나 병원, 관공서 볼 일, 아이들 스케줄, 친정 스케줄, 평소 못 본 지인들이나 책방 외부 일정을 본다.

그런데 오늘은 완전하게 전업주부 모드의 휴무날이다. 마음이 어느새 느긋~해 진다.




아침에 눈을 늦게 떠도 된다.


너무 좋다~

너어~~무 좋다.


아이들도 방학이다. 잠 많은 둘을 푹 자도록 둔다. 너희도 좋고 나도 좋으려고!

고마운 남편은 아이들 개학이 되어야 아침을 드실(?) 수 있다....(찔린다)



일어나서 유튜브를 켠다. (이러면 안 되겠지만)


오늘 내게 들려줄 알고리즘의 첫 번째 추천 영상을 은근 기대하면서 말이다.

오잉? 부자들의 정리 습관, 정리하면  좋은 점...

우리 집 엉망인 줄 어디서 보나? 괜히 영상 보니 찔려서


일어나서 침대 정리, 어제 채 못 챙긴 개켜둔 빨래 서랍장 찾아 넣고 소파에 널브러진 쿠션 4개 베개 2개 (우리 집 소파가 집에 맞지 않게 특대형이다(사연이 있다) 여기서 나도 뒹굴 남편도 뒹굴 그러다 자면 자연스레 침대로 쓴다.) 가지런히 놓고 테이블에 아이들 먹다 남은 과자, 바르다만 바디로션, 마시다 만 물컵들, tv리모컨 2개, 에어컨 리모컨 1개, 닦다만 물티슈 가지런히 정리한다.

청소기 한 판 돌리고 식물들 눈 맞추고, 우리 달이 (우리 집에 온 지 10개월 태어난 지 꼭 1년 되는 우리 집 막내 말티푸_얘는 완전 내 껌딱지라 잘 때도 내 살을 맞대어야 자고 무조건 얼굴부터 들이밀어 내 손을 제 머리에 갖다 놓도록 애쓴다) 쓰담쓰담 많이 해 주고 패드 갈아주고....



요가를 간다.


요가 한 지 한 달 반

예전 3,4년 전 요가 한 달 다니고 코로나 터져서 관뒀다.

참 좋아하고 매력 있는 운동이지만 일단 가서 한 시간은 바짝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래도 이번엔 이를 물고 꾸준히 평생 운동 삼아 볼까 한다.


잉? 오늘 요가원에 사람이 많다. 우리 요가원은 주차장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사람이 적어 pt 아닌 pt 받는 기분이 든다. 예전 요가원에선 젊은이들 따라 하는데 급급했다면 여기선 근육과 뼈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그래서 쭉~ 눌러앉을 셈이다.

오늘 좀 늦게 도착했더니 요가는 시작되었고 매트 펼 자리가 마땅찮다. 뭐 그래도 구석에 하나 폈다.

역시 힘들다. 내 허벅지는 사정없이 떨리고 마음처럼 안 되는 동작도 힘든데 그 동작을 하고 버티려니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분명 다섯 센다 했는데 하나~! 자 가슴을 천장으로 들어 올리는 느낌입니다. 숨을 멈추면 안 돼요. 숨을 쉬면서 엉덩이는 밀어요... 두울~~! 빨리 세면 좋겠는데 샘 설명이 안 끝난다 ㅜㅜ

요가를 하면서 느낀 건데 내 몸이라 하더라도 당연한 건 없다. 안 쓰던 근육을 쓰는 만큼 내 몸 구석구석 사랑하는 만큼 내 몸이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는지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가는 만큼 모두 다른 의미로 온다. 내 몸이니 당연 내가 의도하는 대로 따라온다? 천만에!

땀 빼고 나니 다리는 후들거리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아점을 먹는다.


아이들도 늦잠! 아침 거르고 점심이니 간단하게 먹으면 안 될 것 같다.

휴무이니 가능한 일이다. 어제 사둔 고등어도 굽고 있던 갈비탕도 먹는다니 꺼내고 계란찜도 한다. 급하면 전자레인지 계란찜을 하는데 오늘은 왠~지 중탕 계란찜을 해주고 싶네. (애들이 반도 안 먹었다ㅡ.ㅡ) 우엉채랑 깍두기 김치도 좀 꺼내고 나는 땡초쌈장에 호박잎 쌈을 싸서 먹어야지. 중탕하느라 찜기 꺼낸 김에 내일 먹을 감자와 계란도 쪄둔다. 내일은 남편 아침 도시락을 토마토만 보태서 이걸로 한 번 싸줘야겠다. 미안한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네...

설거지를 시작한다. 찜기에 갈비탕 국솥에 고등어 구운 프라이팬까지 오늘따라 큰 설거지거리가 많다. 빨래를 돌린다. 오늘은 수건과 속옷만 60도 뜨겁게 돌렸다.



쓰윽~ 졸린다. 잔다.


잠이 오는데 소파에 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다. 잠깐 누우면서 생각했다. 이 순간을 즐겨! 매일 이러면 반성의 달인인 내가 몹시 자책할 일이지만 오늘은 꿀맛 같다. 한 30분 눈만 감았다 떠도 이 시간마저 다른 날에는 없는 시간 아닌가. 아이들 학원 보내야 하니 딸아이 머리 빗겨주고 잘 다녀오라 인사를 건넨다.

나도 책방엘 나가야 한다.



책방 공간 대여 세팅


휴무일엔 어차피 책방이 비어 있으니 간혹 책방 공간 대여를 한다. 오늘도 5시 -9시 공간대여가 잡혀 커피와 차와 커피잔 세팅, 조명과 에어컨으로 온도 조절 겸 책방에 다녀온다. 4시쯤 가서 데크 식물, 작은 텃밭 식물 물을 흠뻑 주고 여섯 명 찻잔과 장미꽃차, 티워머,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 세팅을 마친다. 알맞은 온도와 적당한 배경음악을 틀어두고 오면 5시 10분 전 비번을 알려주고 손님이 이용한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못 먹었던 커피도 잊지 않고 챙긴다. 오늘은 연유라테!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은행 atm볼일도 보고 새똥 맞은 차도 좀 닦아줬다.



저녁을 먹는다. 잡일 잡무를 본다.


 밥도 물리고 하루에 한 끼만 차리자 좀...ㅜㅜ 착한 남편이 일찍 와주고 동의해서 간단하게 먹는다. 우리는 비빔국수, 아이들은 잔치국수, 메밀묵무침과 파전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나는 배달의 민족 vvip다. 도움 받을 수 있음 받는 것도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매 두세 끼 밥에 매달려 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루 한 끼 정도만 손수 해서 먹고 다른 도움도 적당히 받고 에너지 비축하거나 더 알찬 시간으로 보내자는 게 내 생각이다.

이렇게 먹어도(배달해서 먹어도) 예쁘게 세팅해서 먹는다. 그릇이 어마하게 나온다.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 개키고 유튜브도 좀 보고 내일 모임 도서도 좀 읽는다. 글도 쓰고. 단톡에 각 모임별 다음달 도서 공지를 돌리고  총판에 책주문을 넣는다. 시간은 빨리도 흐른다. 9시다.



책방 정리


온 가족이 모두 책방 갔다가 공원 산책을 하기로 하고 공간 대여 뒷정리를 한다. 찻잔 여섯 벌, 보온병 2개 티팟 2개를 설거지하고 손님이 사용한 테이블을 소독액으로 닦는다. 이번엔 라임 에이드를 한 잔 만들어 나온다.



산책


산책을 몹시도 그리워하는 우리 달이(매일 시켜줘야 되는데 덥다고 못 시키고 엄마 피곤하다고 못 시키고 ...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오늘은 가자! 달아!) 그리고 남매와 남편까지 총출동 산책이다. 크게 한 바퀴를 돈다. 욱수천만 걷다가 모처럼 중산지에 왔는데 정비가 더 잘 된 느낌이 든다. 큰 산책로, 오솔길, 오르막과 내리막, 수변데크까지 단조롭지 않게 잘 꾸며져 운동하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간 마무리 할 시점이다. 후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내면소통 내일 분량을 다 읽어야 한다. 이미 12시를 바라본다. 더욱 마음이 조급 한 건 최애 프로그램 알쓸별잡 본방 중이다.


급히 일간 오은아를 마친다.





오늘도 이만하면 알뜰살뜰 살았다.

엄청~ 한량모드인 휴무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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