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을 보내고 2024를 맞이한 여기는 내 집이 아니다.나는 아주 낯섦을 넣기로 작정을 하고 집을 떠나왔다. 일상의 굴레, 바쁨을 장착하고 휘몰아치듯 사는 것에서부터 훌쩍 떠나보길 간절히 바랐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마당에 한 번쯤 이질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도 좋겠다는 핑계를 반쯤 집어넣고 (둘째는 오빠 따라 강남 가듯 따라붙고) 그 외에는 나의 의지를 과하게 보태어 남들은 쉽게도 가던 한 달 살기를 어렵게 왔다.
어렵다는 것! 내 상황으로 보면 꼼짝 못 하는 것이 당연한 건데 이번에는 눈을 질끈 감고 사고를 치듯, 일과 역할 기타 등등의 여건으로부터벗어나버렸다.
나보다 더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이가 세상에 얼마나 많겠냐만은 나는 내 몸뚱이를 데리고 사는 "나"니까 내가 가장 잘 아는 힘듦과 바쁨과 일상으로부터 오는 권태가 비교를 떠나 모두 내 것일 수밖에 없다.
결심을 하고선 3일 만에 아이들 어학캠프를 진행할 학교, 숙소, 비행기 티켓팅을 하고, 이후 숨돌림틈 없이 트레블월렛을 만들고 국제면허증을 만들고 급하게 짐을 싸서 순식간에 떠나와버렸다. (급하게 짐을 싸서 없는 게 태반이다. 여기서 하나씩 살림 살듯 구입하고 있다.)
누구나 여행을 하겠지만 여행의 내용은 모두 다른 것처럼 나 또한 이번 한 달 살기는 의미가 크다.
나를 최대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매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새로움을 손과 발로 가져와 보는 것, 일과 역할이 주는 매너리즘을 홀딱 벗어보는 것,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보다 굵직한 지향을 다듬어 보는 것, 아이들과 체크리스트 하듯 일상으로 부딪치는 것 말고 마음으로 부비며 엄마의 곁을 몽땅 내어 주는 것, 이제껏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들을 온몸으로 부딪쳐 보는 것...
그런 것들을 내 시간의 마디, 처음에 넣어 보는 것!
호사스럽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불편을 겪어가며 느끼는 점도 많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내 일상의 사소한 소중함과 감사도 이미 숱하게 나를 지나가고 있다..
나는 잠잠하게 의연하나 강물처럼 흐르고 싶고
사소한 흔들림 따위에 굴하지 않고 굳건히 내 정신과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도착한 첫날의 심정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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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는 1월 1일 어학 코스에 참여하지 못했다. 오리엔테이션 갔다가 유이 또다시 구토와 어지럼을 호소(멀미를 호되게 하며 왔다. 어학 캠프 2일을 늦게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오리엔테이션 중간에 돌아왔고 유준은 일정에 모두 참여하였다. 이 날 나는 나의 시간보다 유이를 돌보는 시간에 많은 부분 할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