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여기까지
제목을 유로의 끝이라고 쓰고 보니 사실 유로의 끝은 아니기는 한데 어쩌다 보니 내 마음속의 끝이 되어버린 걸까?
나는 무엇 하나를 좋아하면 그걸 엄청 파고 드는 성격인데 대신 단점은 흥미가 없으면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어제 프랑스와 스페인의 4강전 경기가 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경기 시작 직전에서야 생각이 났다.
스페인 대신에 독일이 4강전을 치르게 되었으면 잊었을리가 없는데 내 자신에게 살짝 놀랐다.
이 정도면 나는 축구팬 자체보다는 독일 축구와 바이에른 뮌헨 팬에 좀 더 가까운 걸까?
유로 2024 개최국인 독일의 마지막 경기는 스페인과의 8강전이었고 그 경기의 주심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악명 높은 앤서니 테일러였으며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독일이 피해를 입으며 끝이 나 버렸다.
나는 원래 주심 이름을 잘 기억하거나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데 주심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러면 그는 아주 유명하거나 전적이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주로 문제가 된다.
물론 사람이 판정을 하므로 늘 완벽하고 마음에 드는 판정이 나올 수 없음을 아는 데에도 불구하고 오심이나 편파적인 판정을 하는 주심 위주로 기억을 하게 되는데 물론 그 주심들이 진행하는 모든 경기에서 매번 오심이 있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건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는 경기가 된다.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주심은 대표적으로 펠릭스 츠바이어, 다니엘 슐라거, 스벤 자블론스키, 마이클 올리버와 앤서니 테일러 그리고 클레망 튀르팽 주심이 있는데 이번 유로에서 독일이 이 중 세 주심을 만나게 되었는데 개막전은 튀르팽이었고 16강 덴마크전에서 올리버 주심이라는 산을 넘으니 더 크나큰 산인 테일러를 만나버렸다.
독일과 스페인의 뜨거웠던 8강전 경기는 연장전까지 이어졌는데 연장 후반 1분에 무시알라의 슈팅이 쿠쿠렐라의 팔에 맞으며 핸드볼이 되었고 당연히 명백한 페널티킥 선언을 예상했으나 독일 선수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테일러는 비디오 판독도 없이 상황을 그냥 넘겨버렸다.
팬의 입장에서 최소한 비디오 판독이라도 한 후에 내린 결정이었다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이나마 덜 쓰라렸을 거 같은데 비디오 판독도 하지 않고 넘어가 버렸다는 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많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테일러다운 결정이다 싶었다.
아마도 테일러가 주심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흐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경기가 끝난 후 팬들 사이에서 재경기 청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독일인들의 분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어제 뮌헨에서 열렸던 프랑스와 스페인의 4강전 경기에서 8강 독일전 핸드볼의 주범이었던 쿠쿠렐라가 볼을 잡을 때마다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는데 물론 그 상황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주심이 한 거지만 이후 핸드볼 상황에 대한 인터뷰에서 주심이 그리 결정했으니 본인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쿠쿠렐라의 인터뷰가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 경기가 유독 아쉬운 이유는 주심의 판단도 답답했지만 독일 축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토니 크로스의 선수 은퇴 경기이자 바이에른 뮌헨의 토마스 뮐러의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이기 때문이다.
사랑받는 소중한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마지막 경기 결과가 이렇게 오심으로 굳어져 버려서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