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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르래 May 22. 2023

내 집마련을 위한 항해를 떠나다.

내 어린시절 우연히~~

1인가구를 위한 부동산경제스터디들 듣고 있다. 도저히 혼자서 이 험한 부동산 시장을 알 길이 없기에. 처음은 <왕부린이 내 집마련 경제스터디>였다. 보통 유주택자 갈아타기, 신혼부부를 타깃으로 한 강의가 많아서 지붕 위 닭 쫓는 개마냥 멀리서 쳐다만 봤는데 1인가구를 위한 강의라 냅다 신청했다. 1인 가구를 위한 맞춤 교육이라니. 한줄기 빛이 나에게 쏟아지는 듯했다. 강의는 내가 생각한 퀄리티보다 훨씬 좋았고, 강의 리더가 부동산 어플 사용법부터 하나하나 알려준다. 이제 막 기어 다니는 부동산 초보는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자 도파민이 분출하기 시작하였다. 


공부하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부동산에 댕글 돌아있는지, 대체 부동산에 언제부터 미쳐있었는지 이 대한민국의 역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구) 반포주공 3단지 / (현) 반포자이(84타임 최고가 39억) 가 1970년대 부동산 과열로 인한 청약제도 도입 시 영구불임시술자에게 우대방침이 주어지면서 일명 "고자 아파트"라고 불렸던걸 아는가. 반대로 지금은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우대를 해주고 있다! 이  재밌는걸 그간 나만 몰랐다니. 다들 언제부터 이 판에서 즐기고 계셨던 거예요? 작년까지 아주 뜨겁던 붇옹산 클럽의 분위기가 식고 파하려는 순간 회색 츄리닝에 쓰레빠신고 가진 돈 하나 없이 깡통차고 이 판에 등장한 계약직 프리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스테이지 위해서 두 발을 비비기 시작하는데.. 늦어도 너무 늦었나? 뭐 어떤가 나만 즐거우면 됐다. 


노트북을 켜면 오로지 네이버 블로그 이웃글을 읽거나, 유튜브만 보며 시간 죽이기 아티스트로 살던 내가 "아실"과 "네이버 부동산", "호갱노노", "디스코", "부동산 지인"을 즐겨찾기 해놓고 각각의 카테고리를 활용하고 있다니 하하. 아실에 들어가 입주물량 체크, 최근실거래가를 보는 나. 제법인걸. 스스로에게 취하는 이런 느낌 얼마간 갈지 모르니 이 취기가 끝나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


요즘 나의 온 신경과 세포가 "내 집마련"이라는 원대한 꿈이다 보니 생각하는 것에서 크치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면 고작 3개월 공부한 얄팍한 지식으로 떠들어버리고 마는데, 나의 친구들에게 부동산이라는 것은 해적왕 골드로저가 남기고 간 유언의 보물처럼 먼 것이었다. 관심 없는 친구들 앞에서 신나게 부동산에 대해 떠들어버리고 말을 너무 많이 했다며 집으로 돌아와 베개를 때리는 나날들이 잦아졌다.


"야 백두산 터진데~!! 집 사지 마~!!!" 


아니 내가 친구들에게 무슨 짓을... 하긴 백두산 터진다는데 내가 집 사서 뭐 해. 점심시간 백두산 유튜브에 집중을 했다. 백두산 네 녀석, 언젠가 한번 터질 거 같더라니. 그 유튜브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불안감이 엄습냈다. 이렇게 무주택자로 한 생을 마감하게 되려나...


그간 친구들과 돈 이야기는 하나 없이 울고 웃으며 안락하게 지냈는데... 내가 이런 친구들한테 무슨 짓을. 갑자기 깡통차고 등장해 돈이야기를 해대는 내가 친구들의 평화를 깬 거 같아 미안해졌다. 앞으로는 자제해야지. 부동산, 경제, 돈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즐겁게 지낼 수 있다. 나 또한 이 친구들을 나의 그린벨트로 생각하며 다시는 평화를 깨지 않으리 다짐했다.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발 들인 순간 훌륭한 해적이 되겠다고 길길이 날뛰던 루피처럼 나도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부동산 동료를 찾아 떠나리 마음을 먹었다. 먼저 나에게는 재건축아파트구매해 부동산 항해를 시작한 형 에이스.. 아니 동생이 있었기에 부동산에 대한 벅차오르는 수다갈증을 식힐 수 있었지만, 높아진 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동생은 함부로 덤볐다간 큰 코 다치는 곳이라며 쉽게 봐서 될 곳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항해를 존중했다.


삶을 변화하고 싶다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먼저 한 일은 네이버 블로그 이웃 물갈이. 나는 친구가 없어서 네이버 블로그 이웃 물갈이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해외구매대행 소품 블로그, 옷 공구마켓 블로그, 인테리어 블로그 등 나의 충동적인 구매욕을 자극하는 이웃들을 삭제하고 경제, 부동산, 공인중개사, 대출전문가 등을 이웃으로 추가했다.


하루에 한 줄 일기 쓰기조차 귀찮아서 누워만 있는 나는 그 사람들의 정보력과 부지런함에 감탄했다. 매일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무료로 올려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도 바뀔 수 있을까. 

몇년 전만해도 파지를 줍는 상상을 하며, 아니 파지수거 경쟁에 끼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런 변화가 생길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인생은 늘 그렇게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조타석의 키를 잡고 있는 건 다름아닌 나다. 나를 믿고 이 길을 가야한다. 

나에게 그렇게 "집을 산다"라는 명제아래 대항해의 시대가 펼쳐졌다.


나의 원피스는 과연 실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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