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법
이대리는 회사에서 쓸데없는 일을 지시받을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의미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맑은 눈을 보여주고 입에 거품을 물어봤자 소용이 없다. 아무도 그 일을 왜 하는지 모르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니 앞으로도 쭈욱 하란다.
언제나 이런 업무는 연차가 낮은 이대리 몫이다. 이대리는 그럴 때마다 '이런 허튼짓을 하려고 여태 그렇게 공부하고 스펙을 쌓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암울한 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할지 가늠이 안된다는 점이다.
회사일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과는 동떨어진 업무가 많다.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저항해 봐야 변하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포기한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인내심이라는 유한하고 귀한 자원을 소모한다.
만약 이런 일들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들로만 업무 시간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어떨까? 출근하는 게 사뭇 즐거울 수도 있다.
오늘은 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부분 조직에는 두 가지 미션이 있다. 기존에 해오던 일을 잘 해내는 것, 그리고 새로운 업무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존에 해오던 일은 주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기댓값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잘했다는 말을 듣기도 어렵고 못하면 질책을 받는 일이다. 우리가 지루해하는 일들이 대게 이런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오퍼레이팅 업무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 우리 역시 이런 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일을 하기 싫다면 두 번째 미션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일'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만 가동된다. 팀원 중 누군가가 기존의 판을 뒤집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 시작된다.
당신이 만약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잡무로부터 해방을 꿈꿀 수 있다. 조직 차원에서 봤을 때 다른 일을 할 때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어서다. 팀 전체 성과로 평가를 받는 팀장이 적극적으로 당신을 서포트해 줄 것이다. 주변 동료들 역시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무게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잡다한 일감을 밀어 넣기 어렵다.
스스로 관심사를 반영해 직접 기획한 일을 맡아서 한다는 건 상당히 재미있을 뿐 아니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성과적인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해온 일을 뛰어넘는다.
이런 업무는 가급적 먼저 떠올리고 회사에 제안하는 게 좋다. 선빵을 날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윗선에서 떠올린 묘한 아이디어가 지시사항이 되어 내려온다. 이런 Top-down 식 업무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치 않고 내려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추진하기 까다롭다. 그렇다고 "이건 이래서 안 됩니다"라고 쉽게 쳐내기도 어렵다.
실패가 예정되어 있거나 대충 하는 시늉만 하다 끝낼 또 다른 '뻘 짓'을 할 바에는 차라리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고 스스로 찾아낸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일을 하는 게 낫다.
우리가 '허튼짓'에 둘러싸여 사는 이유는 내가 할 일을 내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획력과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습관 속에서 나온다. 그래야 '결이 맞는'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일지라도 회사가 가려는 목적지와 동떨어지면 수용되기 어렵다.
이런 관점을 가지려면 관심사가 있어야 한다. 평소 다양한 것을 접하는 데 열려 있어야 흥미로운 분야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럴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관심사를 접목한 일을 기획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이런 힘은 끊임없는 학습에서 나온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배워야 한다. 그 분야를 남들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남의 떡을 탐내는 하이에나들로부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 뿐 아니라, 누군가의 한 마디로 인해 기획 의도가 틀어지는 것으로부터 당신의 프로젝트를 보호할 수 있다.
기획이 받아들여질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상사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정확히는 상사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 물론 내 관심사라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를 가장 우선시해서 기획을 해야 한다. 회사 일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즐겁게 할 수 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에는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도사린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즐겁지 않으면 중간에 '내가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사서 고생을 하나'라며 표류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와 동일 선상에 놓인 일이라면 적어도 회사에서 하는 다른 어떤 일보다 가치가 있다.
직장인이라고 해서 회사가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더 이상 궂은일을 하며 "남의 돈 받는 게 어디 쉽나?"라고 자조하지 말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는가? 아니면 남이 시키는 일만 하겠는가?
스스로 지배하지 못한 시간은 반드시 타인에 의해서 채워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