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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싸이트 Sep 16. 2023

거절, 어려우신가요?

어쩌죠 점점 더 힘들 거예요

“내가 급해서 그러는데  100만 원만 좀 빌려줄 수 있어?”

 

누구나 한 번쯤 지인으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 거절하지 못해 곤란한 경험을 한 적은 없었는가? 아니면 거절하는 바람에 관계를 망친 적은 없었는가?

 

친분이 있는 관계에서도 어려운 문제지만 사회적인 역할을 요구받는 회사에서는 더욱 까다롭다. 상사, 동료, 유관부서 등으로부터 받는 다양한 요청 중에는 업무 범위를 벗어난 애매한 일도 있고, 심지어는 일과 무관한 개인적인 일도 있다. 그럼에도 관계상 들어줘야 하는 요구도 생긴다.

 

우리는 이런 요청 앞에서 고민한다. 모든 요청을 수락해서는 하기엔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업무 하나를 처리하면 두 개가 쌓이는 기적이 펼쳐지는 회사에서 남의 일을 넙죽넙죽 받아주는 건, 마치 배탈이 나서 달려간 화장실에서 뒷사람에게 순서를 양보하는 것과 같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런 상황을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도 거절을 잘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남의 요청을 체질적으로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믿고, 해결사가 된 듯한 스스로의 모습에서 보람과 존재감을 느낀다. 이타적인 인성 때문에 남들을 돕기도 하겠지만, 건조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뭐든 다 할 수 있으리라는 오판과 영웅 심리에 나설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한다.

 

목적 지향적인 사람들도 있다. 속으로는 돕고 싶지 않지만, 자신의 평판을 위해서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듯 행동한다. 조금 더 야심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 인정받을 기회로 삼기도 한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류는 갈등을 회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관계가 틀어질까 봐 걱정하고 분위기가 불편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해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하거나 자신의 수고를 좀체 어필하지도 않는다.


덕분에 사람들은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안다. 더러는 이들을 부탁하기 쉬운 대상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당사자는 사람들의 빈번한 요구와 당연한 듯한 태도에 소리 없이 고통받는다.

 

지금까지 거절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삶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면 가장 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데 시간과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거절을 흔히 이기적인 것으로 생각해 불편해한다. 반대다. 거절은 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당신이 만약 무리하게 남의 요청을 받아들이고는 시간에 쫓겨, 해야 할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요청받은 일도 대충 하면 모두가 실패한다. 심지어 노력과 시간을 두 배로 쏟았지만 '우호적이고 협조적인 사람'이라는 평판 대신 '일을 엉망으로 한다'는 질책이 따라온다.

 

가혹한 평가 같겠지만, 스스로의 역할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해 자초한 일이다. 조직으로부터 수비수 역할을 부여받았음에도 전진하자는 공격수의 고함에, 위치를 이탈해 전방까지 졸졸 따라나섰다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거절을 할 때는 결정도 빠르게 내려야 한다. 거절을 제 때 못하는 사람은 상대방까지 곤란하게 만든다. "한 번 검토해 보겠다"며 며칠을 뭉개다 "죄송한데 도저히 보고자료 때문에 짬이 안 나네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대안을 찾을 귀한 시간을 날려버린다.

 

혹시라도 곧장 거절하면 성의 없어 보일까 봐, 진지하게 검토한 것인 양 시간을 끄는 건 미안함을 덜 느끼려는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삶을 균형 있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도 거절은 필요하다. 야근을 하고 주말을 갈아 넣어 남의 일을 도와주면 다음날 업무를 위해 써야 할 뇌와 체력을 엄한 곳에 쓴 것이다. 스스로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시간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심지어 상대방은 당신에게 대단한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당신이 회사일을 했을 따름이라고 여긴다. 오히려 당신이 불가피한 상황에 요청을 거절하면 '할 일을 안 한다'라며 당황한다.

 

업무 외적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술자리에 가기 싫은데도 따라나서면 계속해서 끌려 다닌다. 상사가 술을 자꾸 마시자고 하는 이유는 당신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당신과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해가 저물어 가는 퇴근 무렵 부담 없이 '번개'를 날리기 좋은 대상이 눈에 보였을 뿐이다.

 

이런 자리는 초반에 거절하는 게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밤새도록 백 번이나 들었던 옛날이야기를 또 듣고, 다음날 숙취로 반나절을 까먹어야 한다. 이 루틴은 주인공이 죽을 때마다 시간여행으로 되살아 나는 영화에서처럼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렇게 마지막에는 건강도, 일도, 여가시간도, 가족 관계까지도 망칠 수 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해 뒤늦게 거절하기 시작하면 "저 친구 요새 우리랑 거리두나?" 하는 의혹에 시달린다. 그럴 바에는 "쟤 원래 술자리 안 가잖아"가 낫다. 거절을 못해서 감당할 가치가 있는 일인지 자문해 보자. 더는 '사회생활이 원래 이런 거지 뭐'라며 자신을 속이지 말자.

   


 

거절이 익숙하지 않다면 연습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의사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굳건히 믿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는 게 어렵다면 친구로 시작해 회사 후배, 동기, 일면식이 있는 팀원 등 편안한 대상으로 확대해 가며 연습해 보는 것도 좋다.

 

가장 유용한 방법은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상대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다른 부서나 외부 기관을 소개해 주는 식으로 말이다. 시간과 자원을 쏟지 않고도 답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다. "그 분야라면 저보다는 옆 팀의 박과장이 전문가입니다. 과거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언을 구해보시는 게 어떨까요?"와 같이 말이다.

 

거절은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그 일은 제 업무가 아닙니다"라고 싸가지 없이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말을 얼머부리거나 여지를 남기지 말라는 뜻이다.


"아 좀 어려울 것 같지만... 한 번 살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말은 스스로를 빚쟁이로 만든다. 한 번에 거절할 일을 두 번이나 거절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말투는 부드럽더라도 워딩만큼은 확실해야 한다.

 

상대방의 감정에 동조해 주는 것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좋은 선택이다. 예를 들어, "정말 막막한 상황이시겠어요"와 같은 말은 실제로는 아무 도움이 안 되더라도 공감을 받았다는 느낌은 줄 수 있다.


감사를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중요한 일을 하시면서 저를 떠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표현을 덧붙이면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거절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사과를 곁들이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미안하다는 말은 잘 못을 시인하거나 책임을 다 하지 못했을 때 쓰는 표현이다.


사과를 하면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응당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잘못도 없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하다 보면 스스로도 불편해지고 어느 순간 부채 의식이 생겨 요청을 수락하는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거절은 중요하다.  당신을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인 기술이며 나아가 인생을 지킬 수 있는 방패막이다.


보증을 잘 못 서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 마약에 중독돼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이들 모두가 거절을 못 해 인생을 험난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작은 일에서부터 거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이런 큰 일에 순간적으로 휘말릴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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