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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싸이트 Feb 23. 2023

'퇴준생',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퇴사가 유행이 될 줄은 몰랐다.


퇴사를 시대적 흐름으로 해석한 '대퇴사 시대'라는 표현을 넘어, 마치 취업하듯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사실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20대부터 퇴사를 염두에 뒀었다. 시작부터 끝을 생각해 봤던 사고의 흐름이 배어나와서였을까, 많은 후배들이 퇴사 상담을 요청해 왔다. 퇴사를 하는 이유야 다양하겠고, 각자의 사정도 다르기에 일반화는 어렵겠지만, 후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름대로 정립하게 된  퇴사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Case #1 "당장 퇴사하지 못할까!"


하고 싶은 일이나 관심 분야를 찾았다면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길 권한다.



"일하다가 관심 갖게 된 분야인데, 아예 이쪽으로 가보면 어떨까 싶어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기회를 발견한다. 경험이 쌓였다는 의미다. 시야가 넓어져 연관된 산업에서 가능성을 본 경우다. 예를 들어 글을 쓰던 사람이 ai를 활용해 PDF 도서 출판 산업의 가능성을 찾았다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나는 신규 비즈니스를 발견해 관련업으로 뛰어드는 경우다.


업무적으로 연결된 분야에 도전하면 실패할 확률도 상대적으로 낮다. 산업의 구조와 특성을 대략적으로 알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비전을 찾아냈다면 도전을 하기에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주저 없이 퇴사하라고 말해준다.



"제가 최근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업계인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기존에 해왔던 업무와 관련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스터디를 해온 경우다. 자기 시간을 쪼개서 들여다볼 정도로 깊게 관심을 두던 분야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할수록 새로운 도전을 하기 어려워진다. 경력이 쌓일수록 몸 값이 높아져 기회비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심 분야가 생기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시도해 보는 게 좋다. 넓고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 당장은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언젠가는 시너지를 낸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한다는 생각으로 기회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애당초 경험이 있던 건 아니다. 도전이 빠를수록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늘 하고 싶던 일이었어요"


마음에 품어둔 일이 있던 케이스다. 하고 싶던 일은 가급적 해보길 권한다. 하고 싶은 일을 '언젠가는'이라는 수식어로 묵혀두면 좋지 않다. 그토록 기다리는 완벽한 타이밍이란 것은 실체가 없다. 기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오히려 좋지 않은 시기에 시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령 회사 생활을 견디기 힘들거나, 무기력하거나,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처럼 말이다. 싫은 것을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마음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 이런 상태로는 작은 난관에도 쉽게 무너진다. 좋아하는 일은 가장 의욕이 넘칠 때 하는 게 좋다.


위의 모든 상황에서 '그 일'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타인의 조언은 크게 신경 쓰지 않길 바란다. 특히 해당 업에 종사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흔히 주워들은 말로 "사업하는 거 보통 힘든 거 아니다"와 같이 툭툭 건네는 걱정과 충고에는 더더욱 흔들릴 필요가 없다. 편협한 간접 경험으로 남의 일을 예측하는 건 아무 가치가 없다. 남들의 직관보다 내 고민이 더 깊다고 믿어야 한다.



Case #2 "좀 더 생각해 봐"


다른 회사에서도 반복될 문제 거나, 이직으로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퇴직을 보류토록 조언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신중하게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일에서 전혀 가치를 못 느끼겠어요"


이직을 염두에 뒀다면 꼭 기억할 게 있다. 경력 채용 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기는 어렵다. 경력자를 뽑는 회사는 후보자가 지금까지 해온 일의 성과를 토대로 쓰임새를 판단한다. 즉, 지금까지 해온 일이 재미가 있든 없든 반드시 하고 있는 업무에서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력 채용에는 실력자들이 모인다. 일이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해서는 이직 자체가 어렵다. 만족스러운 회사에 합격을 하기 어려우니 생각보다 퇴사도 더뎌진다. 계속해서 매너리즘에 빠져 실력이 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고, 어느덧 이직 자체가 불가능한 그저 그런 회사원으로 남게 된다. 혹여나 운이 좋아 다른 회사에 합격을 하더라도 어설픈 실력은 금세 드러난다. 그러면 새로운 고생길이 열린다.


해서 위와 같은 고민을 토로하는 후배들에게는 목표 설정에 대한 조언을 먼저 해주는 편이다. 맡고 있는 여러 업무 중에서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해보고 싶은 일이 뭔지를 찾도록 한다. 만약 완전히 새로운 일이라면 추진해 볼 수 있도록 기획을 해보도록 한다. 자신의 비전과 성장이 곧 회사 업무로 이어져야 한다. 늘 강조하지만 회사는 돈 받고 다니는 학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직을 할 때도 빛이 나는 인재가 된다.



"회사에 실망했습니다"


심심치 않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나의 노력과 헌신을 회사가 알아주지 않아서, 기대했던 보상과 처우가 생각에 미치지 못해서, 나를 믿지 못하고 관리 감독이 필요한 대상으로 여겨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에 삐지면 자기만 손해다. 마치 화가 나서 밥을 안 먹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아이처럼 말이다. 순전히 당신의 잘못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회사가 나를 몰라준다고 넘겨짚지 말아야 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사는 당신이 화가 났다는 것은커녕, 화가 날만한 상황이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일단 이야기를 하면 원하는 것을 당장 얻지 못하더라도 부채 의식을 안겨줄 수 있다. 법인을 상대로 삐지지 말자. 회사는 사고기능이 있는 인격체가 아니다.



"박 과장이랑 도저히 같이 일 못하겠어요"


사실 이런 상황이 회사생활에서 가장 괴로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부딪치는 상사가 인격적으로 이상하거나, 갈등을 만들어내면 감정 소모가 심해져 고통스럽다. 괴로움을 알기에 조언을 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최소한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인물 하나 때문에 직장을 바꾸는 것은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견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도해 보고 판단하자는 것이다. 이것을 해보고 퇴사하는 것과 그냥 포기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은 이직한 회사에서도 충분히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을 가더라도 이상한 사람은 있다는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도망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의외로 효과가 좋은 방법은 사무실 밖에서 당사자와 둘이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갖는 것이다. 당신이 왜 힘든지를 덤덤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태도에 변화가 일어난다. 어쩌면 당신에게 왜 가혹하게 하는지 이유를 알게 될 수도 있다.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면 간극을 채워나가기가 쉬워진다.



Case #3 "너 알아서 해"


주관적인 기준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는 판단을 본인에게 맡긴다.

대표적으로 연봉, 워라밸, 조직문화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연봉 문제는 가장 해결이 어렵다. 회사는 다른 어떤 요구보다 연봉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길 꺼린다. 기본급 인상은 영구적으로 비용을 상승시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한 두 명의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형평성 문제가 도미노 쓰러지 듯 불거진다.


연봉 문제로 이직을 결심하기 전에는, 본인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 다른 고려점으로는 이직하려는 회사의 근무 강도, 문화를 체크해 봐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사전 조사가 꼼꼼하지 않으면 연봉은 올랐지만 시급으로는 변화가 없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워라밸 역시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워라밸이 나빠서 퇴사까지 고려할 정도라면, 특정 시즌에 야근이 몰리는 상황인지, 일 년 내내 야근이 계속되는지를 살펴보자. 후자라면 퇴사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조직 전체가 업무 효율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엔 개인의 노력으로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 만약 경영진도 한참 전부터 알고 있는 문제라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괴로움이 보람보다 크고, 오래 지속할 자신이 없다면 퇴직이 낫다고 생각한다.


단, 팀에서 혼자만 야근을 하고 있다면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업무 분장이 제대로 안 돼서 일이 쏠리고 있거나,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전자라면, 조직장에게 분장을 새롭게 요구해야 한다. 후자라면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아 부서이동을 해보는 것도 좋다.


조직문화 역시 주관적인 영역이다. 조직문화는 큰 회사일수록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견딜만하다면 괜찮지만, 매일같이 감정이 상할 정도라면 정신건강을 위해 손절을 고려해 봐도 좋다. 만약 한 두 명이 나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게 원인이라면 그들과 거리를 두고 헤어질 날을 기다리거나 공식적으로 고충을 접수해 보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퇴사까지 감수하는 마당에 못 할 일이 뭐가 있겠나. 하지만 회사 전반적인 문화가 맞지 않는다면 이직을 고려해 볼 만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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