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걸 자신의 기준에 맞추지 마세요
리더들은 조직을 진두지휘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게 역할이다. 그러다 보니 흔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모든 일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불현듯 스쳐 지나는 생각에 직원들의 업무를 들여다본다. 이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화들짝 놀라 재작업을 지시한다. 며칠이 지나 조직원들이 다시 해온 일을 보고 받으며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한다. 자신이 지시한 대로 해왔을 뿐이지만 다시 업무를 뒤집는다.
이런 일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일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 시작한 점검이 이내 곧 '틀린 그림 찾기'로 변질된다. 물론 발견할 때마다 업무를 갈아엎는다.
사실 그중 대부분은 업무 목적을 달성하는데 전혀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것들이다. 넘어가더라도 아무도 이슈를 제기하지 않는 작은 부분이거나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를 반영하도록 마지막 순간에 다시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조금 시간을 잡아먹고 품이 들긴 했지만 완벽을 추구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안한다.
이런 리더들은 조직원들을 쉽게 믿지 못한다. 그러니 빈번하고 꼼꼼하게 직원들의 업무를 점검한다. 점검 후에는 늘 "내가 확인 안 했으면 어쩔뻔했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면서 "내가 언제까지 이런 것까지 일일이 해야 하는 거야"라며 고충을 호소한다. 이 조직이 나 없이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다.
관리자로서 존재의 가치를 느끼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관리 포인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바빠질수록 조직원들이 기본적인 실수를 하거나 이전에 지적한 적 있던 실수를 반복하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한두 번 질책을 하다 보니 이제는 습관적으로 듣기 싫은 소리를 쏟아낸다. 특히 한 번 분노를 표출한 대상에게는 더욱 쉽게 감정을 쏟아낸다.
이제 직원들의 실수를 찾아내는 게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눈에 불을 켜고 업무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흠을 찾지 못하면 마치 자신이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리더가 이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 조직원들은 매우 불행해진다. 일을 할수록 불안이 엄습한다. 그만큼 질책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점차 수비적으로 평이하고 무난하게 일을 한다. 나아가 가급적이면 일을 안 하려 한다. 시키는 일 외에는 하지 않는다. 꼬투리 잡힐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모습에 리더는 더욱 답답해한다. 주도적으로 자기 일을 하지 않는 직원들이 한심해 보인다. 이런 팀원들뿐이니 편할 날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리더와 조직원 모두가 불만이 쌓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리더는 더욱 눈에 불을 켜게 되고, 조직원들은 더욱 회피한다.
끝내 리더를 버텨내지 못한 조직원들이 퇴사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탈하는 엑소더스가 나타난다. 리더는 구성원이 빈자리에 이참에 똘똘한 친구를 좀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를 받아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신기하리만치 자기만큼 똑똑한 사람이 없다고 느낀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리더는 자신의 문제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인내심이 끊어져버린 조직원 중 누군가의 눈빛을 마주하고 나서 알게 되거나, 리더로서의 평판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나서야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상대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뒤늦게 그동안 자신이 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도 조직원들을 야속해한다. 평소에 불만을 말해달라고 그토록 말해왔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무리한 요구다. 조직원들은 인사평가권자에게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내비치지 않는다. 순진하게 입을 열었다가 골로 간 사람들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입을 열더라도 미소를 띠며 스쳐 지나는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게 다반사다. 속으로는 욕을 퍼붓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리더는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것을 점검하고 결정하려들면 조직 업무에 차질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 된다.
리더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여러 문제를 유발한다. 특히 조직 업무를 지연시키게 된다. 업무에 대한 빈번한 수정 요청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디테일한 요소들을 따지며 "이렇게 바꿔라 저렇게 해봐라" 하는 지시를 여러 차례하고 나면 결과물이 필요한 시점을 지나게 된다.
번번이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자신의 탓인 줄 모르는 리더는 더욱 분개하며 왜 이렇게 일을 이렇게 닥쳐서 하냐고 소리치겠지만, 피드백을 너무 여러 차례 준 본인의 잘못이다. 실무자들이 애당초 일을 똑바로 해오지 않아서 지연됐다거나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항변하겠지만 그 또한 리더의 탓이다.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하도록 업무 지시를 명확하게 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스케줄 관리도 리더의 몫이다.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정 불안했다면 스케줄링을 통해 실무자들에게 중간보고를 요청했어야 한다.
또, 리더가 모든 일에 관여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리더가 아무리 다양한 업무 경험이 많고 업력이 길다한들, 모든 일을 다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자신보다 업무 전문성이 높거나 최신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실무자들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자신의 눈에 익숙지 않거나 자신의 감성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잔소리를 하고 이래라저래라 하기 시작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종잡을 수 없는 피드백에,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끝내 자신의 전문성을 내려놓는다. 의사결정을 오롯이 리더에게 맡기게 된다. 리더가 잘못된 판단을 내려도 이를 바로잡으려 하거나 의견을 내지 않는다. 어차피 말이 먹히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도적으로 일하지 않게 되며 리스크에 대한 예측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문제가 터지면 리더는 "왜 일을 이따위로 했냐"며 역정을 내겠지만 실무자들은 "잘난 당신이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소"라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리더는 조직원들의 업무 전문성을 인정하고 믿고 맡겨야 한다. 업무가 제시간에 제대로 완성될 수 있도록 장애를 없애주고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통제하고 감독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모든 걸 스스로 다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직원들을 서포트하고 그들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도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기를 뛰는 건 선수들이지 감독이 아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