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싸이트 May 02. 2023

당신의 급여가 짠 이유

올려줄 필요가 없거든요

직장인에게는 급여가 중요하다.


직장에 입사하기까지 들인 수 년의 시간, 취직을 위해 기울인 노력, 한 줄 한 줄 쌓아온 스펙의 결실이 급여이기 때문이다. 비단 과거에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 차원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가 월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연봉과 인센티브에 만족하며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분노 혹은 체념의 감정으로 뒤덮인 하루를 살고, 한 달을 보내고, 그 기간이 점차 길어지며 만성적인 불만에 잠식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불만을 가진 상태가 오래도록 방치되면 일에 대한 동력을 잃는다. 푸념을 넘어 공공연하게 회사 욕을 하고 다니게 된다. 이런 상황은 당사자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회사에게도 모두 좋지 않다. 왜 이런 온도차가 발생하는지 이유를 알면, 불만에 가득차 매일 매일 감정을 소모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관점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경영자는 최대 효율을 이뤄내 최대 이윤을 만들어 내는게 지상 과제인 사람들이다. 법인이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위험을 회피하면서 이윤을 창출해야한다. 직원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용된다. 회사는 인간적인 온정으로 채용을 하고 감정을 헤아려주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회사가 급여 인상에 인색한 이유는 경영자가 직원들의 급여와 같은 고정비가 커지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고정비가 늘어나면 흔히 장기를 둘때 차, 포를 떼고 둔다는 말처럼 시작부터 손해를 안고 게임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을 줄여야 이윤을 만들어 내는 여정을 순탄하게 만들 수 있다.


단순한 산수만으로도 그럴진데, 여기에 경영 환경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천재지변같은 녀석이 한 번씩 나타나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는 경험을 하고 나면 더욱 더 움츠러 든다. 이 외부 환경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회사가 아무리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 한들, 주요 수출국과 우리나라가 정치적인 갈등을 겪으면 수출이 원천 차단되기도 한다. 수조원을 들여 건설한 공장이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환율 변동이 예측 범위를 벗어나면 제품을 팔수록 손해가 나기도 한다. 납품 계약 된 물량이 있으니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갑자기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자고 일어날때마다 필수 원자재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어느날 혜성같이 등장한 스타트업이 기존 판도를 바꿔버리는 테크놀로지를 들고 나와서 나의 시장을 아예 없애버리기도 한다. 허구헌날 목에 핏대를 세우던 어느 정치인이 기어이 도입한 새로운 규제 탓에 사업이 한 방에 골로 가기도 한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 이런 변화에 조금이라도 대응할 수 있는 맷집을 키우려면 가능한 고정비 상승 요인은 만들지 않는게 경영의 기본인 셈이다. 비단 연봉 뿐 아니라 인원을 충분히 뽑아주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물론 직장인들은 이런 이유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CEO는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라고 연봉을 많이 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경영자는 신이 아니다.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판단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외부 환경은 통제가 불가능하고 직원들의 급여와 인센티브는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


특히 급여는 한 번 올려주고나면 나중에 가서 "그 땐 좋았고 지금은 힘들잖아"라며 삭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동종 업계 다른 회사보다 급여가 턱 없이 낮아 인재 유치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매년 물가상승률 수준에서 임금 상승폭을 결정하고 싶어 한다.


간혹 연봉을 많이 높여주는 회사들이 있기는 하다. 첫번 째 부류는 그 동안 연봉을 너무 짜게 주고 있어서 이직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너무 높아졌거나 남아있는 직원들의 불만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케이스다. 이런 회사 소식에는 동요할 필요가 없다.


둘 째는 연봉을 높여줘도 재무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 회사다. 이런 회사들의 특징은 직원 수가 많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박을 친 IT기업이나 장치산업이 주로 해당한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비용 경쟁을 해야하는 제조업에서는 이런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제조업은 초격차를 이뤄냈거나, 초호황을 맞이한 경우다.  


결론적으로 대다수의 기업은 구조적으로 연봉을 계속해서 높여주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 생각을 하나도 안 해"라는 투정을 부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회사는 직원의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 어떤 회사가 좋은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면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 우수 인재 영입을 택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같은 재화가 주어졌다면 어떤 회사는 애당초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비싸게 영입하는 대신 교육 비용을 줄이고, 어떤 회사는 몸 값이 싼 인재들을 데려와 돈과 시간을 들여 교육시키는 방법을 택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선택지에서 전자를 택했을 뿐이다.


당신의 회사가 좋은 복지를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회사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 않아서다. 실제로 이런 회사에서는 처우에 실망한 직원들이 아무리 줄퇴사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들어오는 이들이 있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이들이 정착해 다시 회사가 돌아간다. 안에서 보면 좌충우돌하지만 겉에서 보면 큰 흔들림이 없다. 감당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급여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다. [끝]


아싸이트 유튜브 

https://www.youtube.com/@outsiders.insight



이전 08화 리더의 의욕이 과하면 벌어지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