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냄새가 꼭 홀애비 냄새뿐인가요.
우리는 한방에 8명씩 잤다. 취침시간은 22시부터 06시 까지다. 그리고 2시간씩 번갈아가며 경계근무를 서야 했다. 흔히들 보초 선다고 알고있는 그것 말이다. 전투복을 갈아입고 무장까지 해야 하니, 적어도 30분 전에 일어나야만 근무지까지 제시간에 도착한다. 교대자가 막사로 복귀해 잠옷으로 갈아입고 눕는 데까지는 30분이 걸린다. 그러니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2시간이라도, 근무자가 새벽에 깨어있는 시간은 총 3시간이다.
영하 18도의 추위는 대단했다. 침을 뱉고 발로 문지르면, 그 짧은 사이에 살얼음이 끼어 미끄러움이 느껴진다. 겨울은 냄새가 없다. 아마 코가 얼어 무뎌진 후각이 제 역할을 못했을 것이다. 곧 찬 공기가 익숙해지자, 다시 후각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겨울은 여전히 냄새가 없었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석가모니를 상상했다. 무(無)의 냄새를 맡다 보니, 후각은 텅(空) 비었다. 이제 난 어떤 냄새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숙소로 복귀했다.
'어이쿠.'
사내놈들의 입김에서 나오는 뜨거운 숨결과 호르몬의 흐름은 쾨쾨했다. 불친절한 세상은 이것들을 홀애비 냄새로 퉁 쳐왔다. 이 냄새에 따르면 세상의 남자는 홀애비와 비홀애비로 나뉜다. 또한 이 냄새로 말할 것 같으면 홀아비가 아닌 사람이나 진짜 홀아비나 본인에게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장본인은 수치스럽고 무색해져 버릴것만 같은 그런 냄새였다. 그래서 나만이라도 이 냄새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려 한다.
남자 냄새에도 어떤 연대기가 있다면, 그 시작은 큰 애가 중학교에 입학한 시점이지 않을까. 엄마는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한 아들이 궁금했고, 그가 학교 간 사이, 방 청소라는 명분으로 아들 방에 들어갔을 것이다. 사춘기의 냄새가 낯설다. 엄마의 눈엔 장 볼 때마다 쫄랑쫄랑 따르던 어린아이가 훤한데, 이제 조금 징그럽다. 그리고 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섭섭함이 싹튼다. 만약 냄새를 가린다면 그 시기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섬유유연제를 들이붓는다.
그렇게 자란 아들이 가족의 품에서 벗어날 무렵, 섬유유연제의 향기도 희미해졌다. 이제 그는 냄새에도 매력이 존재 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자 좀 만나보겠다는 희망에 남들 다 사는 향수를 샀다. 나뭇가지가 격자로 엮여있는 국민향수 아티산. 사실 젊음은 그 자체로 신선한 향이 있다. 하지만 젊은이만이 젊음의 냄새를 맡지 못한 채, 인위적으로 치장한다. 자본이 만든 댄디, 젠틀 따위의 향을 쫓아 손목을 비빈다.
새벽4시30분. 숙소로 복귀한 시각이다. 환복을 하며, 자고 있는 이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결혼하고, 아이도 낳겠지. 가족을 부양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그를 가장이라 부를 것이다. 일터에 다녀온 남편에게서 노동의 냄새가 날 것이다. 그것은 생계의 목전에서 스트레스를 삼킨 냄새고, 승진의 문턱에서 경쟁이 스며든 냄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든든함을 맡기(smell)시작한다. 귀가한 그는 일터의 흔적을 씻어낸다. 편안한 살 냄새와 알콜을 머금은 스킨향이 섞였다. 그렇게 아빠 냄새가 난다. 이제 아이는 안정의 냄새를 감각한다.
그렇게 남자는 남자가 되어간다. 그렇게 무르 익어가는 냄새라 생각하는 와중... 쾨쾨하다, 코에 비수가 날아 꽂힌다. 이제 그만 바깥세상 공기 좀 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