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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여진 May 05. 2021

스웨덴은 코로나로 타격 입지 않았다.

- 국가브랜드 차원에서 바라보는 스웨덴(집단면역과 스포티파이)


글로벌 팬데믹 상황 속에서 스웨덴은 소위 ‘핫’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인도 등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나라들은 스웨덴 말고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스웨덴이 유달리 화제가 된 데에는 집단면역 실험이라는 이슈가 한 몫 했다. 하지만 우리는 ’스웨덴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단면역 방역 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룬드 대학(Lund University, Sweden)의 이르빈(Rachel Elisabeth Irwin) 교수는 스웨덴 정부와 보건부(Folkhälsomyndigheten)가 수차례 집단면역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고 강조했음을 언급했다.[1] 특히 집단면역 정책을 루머(rumo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더불어 저명 외신 보도 채널 블룸버그 통신(Bloomberg)[2]와 주한 스웨덴 대사관[3] 등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도 유사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이러한 국제적 오보 사태는 스웨덴 정부의 방역 대처 구조에 근간한다. 스웨덴은 보건부, 국립 보건 복지위원회, 그리고 민영 기관이 함께 코로나 방역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때 언론 보도 대변인 역할을 맡은 역학전문가 테그넬(Anders Tegnell)이 정부 정책과 관계없이 집단면역 실험을 언급하여 화두가 된 것이다.[4] 하지만 테그넬 또한 이것이 공식 정책이 아니라는 말을 계속해서 덧붙였다. 이후 미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등의 인물들이 스웨덴 집단면역 전략을 발설, 비판하면서 오보 정정이 불가했다.


구조를 살피자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방역 시스템이 민간 기관 등을 참여시켜 다채널화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를 보도하는 대변인이 보건부 장관(혹 질본부장)이 아닌, 의사 출신 국가 역학자였다. 여기서 문제점은 국가 중대사항 보도 중 정부와 국가 브랜딩 담당자(대변인)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질병 관리 담당 정부산하기관이 중심축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다양한 기관의 참여와 함께 코로나 관련 연구는 활성화 되었음에도, 강력하게 방역을 통제하고 PR하는 기관이 부재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후 대처다. 스웨덴 정부는 적극적인 대처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스웨덴 국왕이 국가의 방역 실패를 인정하는 방송만이 방영될 뿐이었다. 오보 정정이 되지 않은 채 방역 실패를 인정하여 스웨덴 집단면역 실패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사람들은 특정 국가 이미지를 대변하는 대변인, 국가브랜딩 담당자의 활동을 전적으로 믿게 된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자면, 정은경 청장이 K-방역의 얼굴로 대표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 사건은 단순히 스웨덴의 방역 실패로 치부될 것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국가브랜딩 채널 통합 및 일관된 메시지 전달이 실패한 것이다. 이 사례는 분명 스웨덴의 국가브랜딩 실패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21년 발표된 ‘2020년 국가브랜드 지수(Nation Brands Index)’에서 스웨덴은 9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서 스웨덴 대외홍보처(Svenska Institutet)도 의문을 제시했다. “코로나 관련해서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이것이 일반적으로 스웨덴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 같다”는 연구 소견을 밝혔다.[5] 또한 “스웨덴 사회와 거버넌스가 평등하게 인식되고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는 것이 스웨덴 이미지에 긍정적인 이미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대외홍보처 이사 Madeleine Sjöstedt가 언급했다. 다시 말해 긴 시간 공들여왔던 스웨덴의 국가브랜드가 코로나로 인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스웨덴의 긍정적인 국가브랜드는 다양한 측면에서 그 내실을 공고히 해왔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통한 원산지 효과 측면에서도 이해 가능하다. 아크네 스튜디오, 볼보, 이케아 등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은 스웨덴 정부의 혁신적 지원에 기반했다. 스웨덴 글로벌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스웨덴 내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써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9년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구독자 조사’에 따르면 스포티파이가 35%의 점유율로 가장 높았다.


스포티파이가 전 세계 1위가 된 데에는 무료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 플레이리스트 자동구성이라는 서비스 내용이 중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중추 역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스포티파이의 민주적 측면(demoratic side)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6] 유명가수 아비치(Avicii)의 프로듀서였던 퍼노리(Arash Pournouri)가 2014년에 스포티파이의 특색을 설명하기 위해 '민주적 측면’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사실 이 표현은 스포티파이의 음원 분배 방식을 칭한다. 그러나 이 분배 방식이 스웨덴이라서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ackaspotify(#supportspotify)’ 소셜 미디어 캠페인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스포티파이는 I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혁신 서비스였지만, 스타트업 기업 특성상 임대 사무실, 경제력 등의 내용이 빈약했다. 이에 대해 스포티파이 창업자가 ”Vi måste agera eller bli omsprungna!(We must act or be overtaken!)”이라는 오픈 레터를 블로그에 남겼다. 이후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된 ’#backaspotify’ 캠페인은 스포티파이의 성장 지원을 목표로 했다. 여기에 더불어 스타트업 기업들의 임대(housing), 교육 등의 문제들과 결합되어 산업 전반적인 문제 인식 및 제기의 역할로 진화하였다. 캠페인 덕분에 정치인들의 공론화와 연구 활성화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도 했다.[7] 스포티파이 외의 여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실제로 스톡홀름은 미국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이 많은 도시가 되었다.


스포티파이는 캠페인을 발판 삼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그 서비스 내용을 보자면, 불법 음원 다운로드 시장을 철폐하고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웨덴 복지국가의 성격과 닮아 보인다.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넣고, 광고 수익을 스트리밍 횟수 비율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배분한다. 즉, 음원 차트 경쟁을 위한 스트리밍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민주적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유료 모델이 생긴 후에는 빅데이터 기반 플레이리스트를 다양하게 자동 추천하여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플랫폼으로써 성장하게 되었다. 스톡홀름 렌트 아파트에서 시작한 스포티파이가 전 세계에서 1위하는 대기업이 된 것에는 바로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술적/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플랫폼 자체의 성격에도 스웨덴의 장기적인 브랜딩 모델이 적용되었다.


이처럼 전반적인 스웨덴의 국가 분위기가 세계적 국가 브랜드 성장을 도모했다. 따라서 국가브랜드 지수 9위와 같이 국가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일시적인 위기를 잘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정부기관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스웨덴 정부는 잠재력이 있는 브랜드와 브랜드 여론을 끊임없이 모니터링, 반영하여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게 지원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꽤나 다양한 교훈과 시사점을 얻을  있다. 한국은 코로나 시기를 맞아 K-방역이라는 자체 수식어를 창조해냈다. 코로나 사태에 K-방역 관련 보도자료 건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기도 했다. 외신 반응을 참고했을 때도 한국의 방역은 세계 최상위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스웨덴의 상황을 보자면 이것이 국가브랜딩에 우호적인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코로나 방역 대처 문제가  세계적 난황인만큼 우수 사례로서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의 특색 있는 국가브랜딩 사례로서의 영향력 적다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 등의 부작용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팬데믹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K-방역은 언제까지고 우리나라 국가브랜딩 방패막이   없다.


두 번째로, 중소기업/스타트업 규제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하여 글로벌 브랜드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다양한 규제 완화를 상황마다 기업체들과 논의 후 진행해야 한다. 스포티파이처럼 빅데이터, 웹 개발, 웹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 반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성장가능성이 큰 OTT 서비스 규제만 보더라도 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해외 거대 OTT 서비스가 국내에 상륙했을 때, 이는 통신부가사업자로 구별되었다. 즉, 방송법에 적용되지 않아 규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국내 IPTV 기업들은 OTT 플랫폼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방송법 규제가 적용되면서 국내 토종 콘텐츠 플랫폼 산업 성장이 어려워진 것이다.


  가지 측면은 우리가 스웨덴의 사례에서 반드시 배우고 넘어가야  측면이라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로 본다면 스웨덴은 꾸준히 국가브랜드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스웨덴은 코로나에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 기사에서는 스웨덴 유럽 국가들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을 가장 적게 입은 국가  하나라고 꼽기도 했다. 이를 단순히 코로나 시기 중의 수치로만 환산하여 인식할 것이 아니라, 내포된 의미를 우리는 명백히 이해해야  것이다.



참고문헌

         

[1]

Rachel Elisabeth Irwin, “Misinformation and de-contextualization: international media reporting on Sweden and COVID-19”, Globalization and Health, BMC, 2020.


“During this month, several Swedish researchers who disagreed with the government’s approach stated, both in national and international media, that the governments was following a herd immunity strategy. ⋅⋅⋅ The government and FHM denied multiple times that they were following a herd immunity strategy, with the Foreign Minister Ann Linde discussing this on Swedish television and CNN. The herd immunity rumor has a complicated history.”, 아티클 일부 발췌문



[2]

Niclas Rolander, “Sweden’s Top Epidemiologist Says Herd Immunity is a Mystert”, Bloomberg, 2020.12.02



[3]

고재원, “[기자의눈]스웨덴은 어쩌다 면역정책에 실패한 나라가 됐나”, 동아사이언스, 2020.06.17



[4]

Marianne Sundholm, "Nej, Sveriges strategi är inte flockimmunitet – "Men flockimmunitet är enda sättet att få spridningen att stanna av", säger statsepidemiologen”, YLE, 2020.04.04



[5]

스웨덴 대외홍보처, “Svenska institutets rapport om studien”. 2021.01



[6]

Richard Milne, “The Spotify effect”, FINANCIAL TIMES, 2014.10.24



[7]

Rasmus Fleischer & Christoper Kullenberg, “The Political Significance of Spotify in Sweden – Analysing the #backaspotify Campaign using Twitter Data”, Culture Unbound, Volume 10, issue 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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