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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여진 Oct 04. 2021

무기력하지만 생각은 많아.


연휴 많은 요즈음, 하루종일 집에 누워있기를 반복, 아니 연장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특출나게 무언갈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항상 어딘가에 매달려 있으려고 노력한 사람으로서

이번의 무기력함은 나에게 너무 드라마틱하게 다가왔다.

원인 있는 우울감과 함께, 하지만 나 혼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그 응어리짐과 함께.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 나 그동안 너무 행복했구나. 그래, 다시 땅으로.. 바닥으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의욕을 놓쳐도 될 것만 같았다.

혼자서 누구에게도 부치지 못할 편지를 적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 감정을 이면지에다가 토하듯이 적어냈다.

아, 그래, 나 이런 감정이구나 지금.


휴대폰을 뒤집어두었다. 지금 나의 이 캄캄한 무기력함을 누구에게도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같았다. 사실 ‘같았다’가 아니라 확신에 찬 의심이었다.


스스로 고립한 것인데도 외로웠다.

휴대폰엔 지금 답장하지 못할 속 모르는 말풍선들이 가득했다.

아아, 예외도 있지. 그래, 넌 미안하다.


살아가는데 자기객관화만큼 중요한 덕목이 없다지만 개뿔.

나도 뭔가 힘들 수 있잖아. 매번 상대평가 당하고 싶진 않아.


끈질기게 자고 끈질기게 생각했다. 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나 체력이 안 좋은 건가. 이번 무기력함 지나고 가면 건강관리 해야겠다. 응.

시간은 어떻게 이렇게 지나가버리는 것인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사, 열심히 지내든 말든. 근데 그 절대적 시간의 양이 내가 보낸 시간의 양이랑 같다고 한다.

말도 안 돼. 아니 이해는 하지만서도 내 시간 나중에 보면 얼마나 가치 없어 보일까.

가치란 또 내 기준인가, 타인의 기준인가.


내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근데 또 자라고 하면 잘 수 있어. 너무 무기력해.

내일은 또 일하러 가야 하는구나. 타의적으로라도 정신을 차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니.


무기력해지는 이유는 개인 내부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사실 외부적인 게 크지.

아, 논리 따윈 없고 나 힘들다는데 가벼운 남 탓쯤은 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참 슬프게도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는 건 내 의지로 해야 합니다.


네, 저는 이번 주 내로 빠져나오겠습니다.

보시는 여러분들 너무 걱정 마시고, 일어나서 이부자리 정리 한 번만 해보세요.

그 다음 일은 알아서 정해질 거고, 우린 당장 다음 스텝만 생각하면 돼요.

그러려고 글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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