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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감 Dec 13. 2022

미래 채용 시장을 감히 논하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시장의 방법

미래 채용 시장을 감히 논하다

미래 채용 시장을 감히 논하다



원티드랩, 시작을 알리다


채용 시장에 전례 없는 불이 붙었다. 2015년에 설립된 '원티드랩'을 선두로, 현 대한민국 채용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채용 시장을 맴도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채용이 확정되고 몇 개월 간 근속하고 나면 지원자에게 ‘채용 보상금’을 주겠다는 어마어마한 공약을 내걸었다. 그 명칭이 '취업 축하금', '채용 리워드' 등으로 다양한 것처럼 각각의 플랫폼이 제시한 금액 또한 50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선 잔잔하던 채용 시장에 어쩐 일로 급류가 불어닥친 것인지 의아하긴 하지만, 이 파격적인 시스템의 선두에 섰던 원티드랩이 설립 6년 만인 2021년에 시가총액 4280억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도 위아래로 흔들게 될 것이다.


원티드랩은 구직자 친화 시스템을 주축으로 고도의 성장을 이룩해냈다. 이 같은 신생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기존 채용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던, 사람인/잡코리아와 같은 채용 공고형 서비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채용 공고 광고 콘텐츠를 주된 사업 모델로 삼았던 두 기업은 구직자들의 지속적인 이탈에 고육지책으로 '취업 축하금'을 내세웠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규모 인력난과 경기 불황을 맞이하는 대기업의 구조조정 정책 등의 다양한 사회 요인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떨어지는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는 사회 풍조를 만들기에 상당 부분 일조했다. 보상 모델을 뒤따르는 것은 사람인과 잡코리아뿐만이 아니었다. 재직자들이 말하는 기업 관련 데이터를 주춧돌로 삼고 있던 잡플래닛은 플랫폼 이용자들을 충분히 확보하자 '취업 축하금 200만 원'이라는 엄청난 후킹 문구를 내세워 채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스타트업 위주의 채용 플랫폼인 로켓펀치도 '최종 합격 시 합격 리워드 지급'을 제창하며 사실상 공고 작성 외의 모든 것을 유료화하는 수순을 따랐다. 




7%


대부분의 기업들이 (혹은 전부가) '채용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기업에게 채용이 확정된 근로자 연봉의 7%를 요구하고 있다. 즉, 기업이 연봉 3천만 원의 지원자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 해당 지원자를 중개해 준 플랫폼은 기업으로부터 210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이는 해당 연봉의 근로자가 월마다 실제로 수령하는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때 개발 직군의 연봉이 큰 격차로 뛰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기간 동안 원티드랩을 통해서 채용한 기업들은 지출이 상당 부분 늘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채용 플랫폼의 기본적인 골자가 기업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플랫폼 측에서 '입사한 근로자와 3개월 간의 고용 관계를 유지한 뒤에 수수료를 정산한다'는 프로세스를 설계한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소규모의 기업에게 있어서는 부담 수준이 상당한 게 분명하다. 인건비가 가장 주된 지출처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작은 기업 입장에선 채용 보상금을 걸어야 하는 것 자체가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거대한 흐름을 거역하는 것 자체가 위험요소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투자금 대비 효율을 높여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또, 이후 우리나라 채용 시장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까?




어떤 경우든 출구는 있다


기업은 메가 트렌드에 몸을 맡기되, 그로부터 독자적인 생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 기업이 두 개의 채용 플랫폼에 공고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구직자가 채용 보상금을 지급하는 플랫폼을 통해 지원할 확률은 99.9%다. 사람을 어떻게든 뽑고자 한다면, 다른 기업들의 발등에 치이며 뒤처지지 않을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는 추가 지출은 감내해야만 한다. 결국 같은 자원으로 조금 더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가 아깝다고 해서 침몰하고 있는 시장에 언제까지나 몸을 담그고 있을 수는 없다. 하루하루가 다른 요즘에 자신의 입장만을 관철하는 것은 아무래도 옳지 않다. 기업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명을 이어가기 위해선 '더 나은 기업'이 되어야만 한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가려는 사람들이 알아서 줄을 서게 만들 정도의 수준으로 거듭나는 건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아니면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정보를 통해 기업을 검색하는 사람들 또는 재직 중인 직원들로 하여금 '그래도 여기는 나름 괜찮은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끔 해야 한다. 외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으로는 채용 공고, 잡플래닛, 언론 기사, 홈페이지 등이 있을 것이나 지난 1년 간 HR 매니저로서 지내 본 경험으로는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내부적으로 건강해야 겉으로도 좋은 모습이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내부적이라는 말 자체로 지나치게 복잡하고도 유기적인 게 사실이고 그 영역 자체가 리더십, 조직문화, 성과관리 등 추상적인 것이 많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명확한 돌파구라고 장담할 수는 없겠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사실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건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이곳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상호 배려 자세일 것이다.




또 다른 채용 플랫폼의 등장


구직자 친화적인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그 뒤를 따르는 후발주자들은 선례 기업의 발자취를 따라가기에 바쁠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아껴 보고자 하는 기업은 무료 플랫폼인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등을 전전하고, 그마저도 매주 갱신되는 공고들에 후순위로 밀려 여전히 인력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은 없어서 돈은 써야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타협할 수 있는, 하지만 그마저도 시원찮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시장이 다른 모습을 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사업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채용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계속되는 인력난을 맹렬히 파고드는 '7%'의 압박은 다른 방법으로 해소될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나 사업은 인간의 욕구를 먹고 자라기에 기업과 구직자의 욕구를 꿰뚫는 새로운 플랫폼이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다. 우리나라 주 소비층인 4050 여성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라포랩스의 '퀸잇'이나 패션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 더클로젯컴퍼니의 '클로젯셰어'처럼,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게 만족을 가져다주며 적절한 수익까지 내는 플랫폼 말이다.


한 기업의 HR 담당자인 나도 채용 시장에서는 한 명의 구직자이기도 하기에 지금처럼 구직자 친화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건 '개인'적으로 환영하는 부분이지만, 이런 환경이 앞으로도 계속되면 경영진과 기업 HR 담당자들은 가면 갈수록 한정된 인건비로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골몰하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될 것이다. 기업은 채용으로 인한 추가 인건비를 지출하며 기업 경쟁력을 재고시키고, 근로자는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받으며, 그를 중개해 준 채용 플랫폼은 기업으로부터 사업 소득을 내는 구조. 이대로 가는 게 정말로 옳은 걸까? 시기별로 흥하는 사업을 보면 당시 시대상이 어떤지 알 수 있다고는 하지만… 누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되는 제로섬 게임 같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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