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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재 Mar 08. 2021

유기견 보호소 아지네마을 광고를 집행해봤다.

김포시 사설 유기견 보호소 아지네마을의 철거 위기를 부디 알아주세요.

아지네 마을 광고 집행을 종료하고 약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야 조금 늦은 후기를 남긴다.


김포 아지네 마을의 댕댕이


지난 1월 말, 김포에 위치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아지네 마을'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군가 아지네 마을을 '불법 건축물'로 민원 신고하였으며 법에 따르면 3개월 안에 철거 필수,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자진 철거할 때까지 연 2,000만 원의 강제 이행금을 납부해야 한다.


보호소를 철거하면 보호소에 살고 있는 200여 마리의 유기견이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져 자칫 안락사로 이어질 수 있고 (김포시에서 내놓은 대안이 유기견들을 인근 지자체 보호소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지자체 보호소에서는 일주일 안에 입양이 되지 않을 시 견사 내 개체수 조정을 위해 안락사를 시행한다. 참고로 아지네 마을은 안락사가 없다.) 강제 이행금 2,000만 원은 아지네 마을에 살고 있는 유기견들의 7달치 사료값에 버금갈 정도로 사설 유기견 보호소가 감당하기엔 벅찬 금액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었고 실제로 봉사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었기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그곳에서 직접 마주쳤던 강아지들이 눈에 밟혀 애가 닳았다.


2월 19일 오전 9시 기준, 청와대 청원 동의수는 약 5만이었다. 20만 명이라는 목표 달성까지 15만 명이 남았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지네 마을 관리자 분들이 생각하신 방법은 '국민청원'이었다. 대구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 '한나네 보호소' 역시 동일하게 철거 명령을 받았지만 국민청원이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20만 명의 동의, 그 이상을 받아내면서 결국 철거 중지 명령을 받아내었다. 제 아무리 민원이 들어오면 철거하는 것이 법이라 한들, 최대한 이슈화를 시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고 싶은 상황이었기에 국민청원부터 언론 제보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다.


그리고 나는 1년 차 SNS 마케터였다. 브랜드의 SNS 계정 콘텐츠 기획부터 운영, 광고 집행까지 담당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을 정도로 이 이슈에 대해 간절했고, 아지네 마을 관계자 분께 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나는 아지네 마을의 철거 반대 청원에 대한 광고를 돌리게 되었다.


고작 내가 광고 기획자'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광고는 위 이미지와 같은 형태로 약 12일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게재되었다.


> 예산 : 200,000원 (전액 사비) (+ 이후 지인 분들의 도움으로 15만 원 증액하여 총 350,000원으로 라이브)

> 목표 : 트래픽 (아지네 마을 철거 반대 국민청원 페이지로 랜딩)

> 기간 : 2/19 ~ 2/27 (15만 원 증액한 이후, 청원 마감일인 3월 3일까지로 라이브 기간 연장)

> 소재 : 시간 관계상 따로 제작하진 못하였고, 아지네 마을 sns에 업로드된 게시물을 아지네 마을 측 허가를 받은 후 그대로 사용




광고가 종료된 현시점에서 결괏값을 먼저 공유한다면, 아래와 같다.


> 예산 : 총 350,000원 중 341,743원 지출

* 청원 마감일이 3월 3일이어서 3월 3일 24시까지로 마감기한 설정해두었으나, 오후 6시쯤 청원이 종료되어 광고도 계획보다 일찍 집행 종료했습니다. 이에 따라 약 10,000원이 미 소진되며 집행 종료되었고 차액은 이후 아지네 마을에 후원비로 전달했습니다.

> 결괏값 : 

   1) 링크 클릭 : 총 2,794

    2) CPC 122원

    3) CTR 1.56%



3월 3일 오후 6시경, 청원이 종료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청원은 20만 명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총 86,237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8만 또한 적은 숫자는 아니나 결국 실패는 실패다.


사실 예견한 결과였다. 청원 마감일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시점부터 광고 집행을 시작했으니 그 기간 동안 남은 15만 명을 채우는 건 현실적으로 분명 무리였다. 차라리 사비 20만 원을 광고 집행이 아닌 아이들 사료값, 간식값으로 후원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기를 부려본 이유는 그 뻔하고도 진부한, '혹시나'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래도 후회는 않는다. 덕분에 아래와 같은 인사이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1. 30-40대보다는 10-20대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행동할 확률이 높다.


10대에서 20대 중반까지가 링크 클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마찬가지로 남성 대비 여성이 링크 클릭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광고 집행 결과를 보면 30-40대 대비 10-20대의 링크 클릭이 월등히 높다. 즉 30-40대에 비해 10-20대가 이 광고를 보고, 유기견 이슈에 공감하여 직접 링크를 타고 들어가 청원에 참여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사실 SNS 이용자 중 10-20대의 비율이 높은 것도 주요 요인이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많은 10-20대가 광고 댓글에 다른 친구들을 태그 하여 이슈를 알리고, 상황을 더 자세히 설명해줄 것을 요구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점에서 '요즘 것들'이 이기적이고 본인밖에 모른다는 어른들의 말은 희대의 헛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심 가져주신 것이 감사해서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드렸다.


성별 간 효율 차이도 많이 났다. 남성보다 여성의 링크 클릭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실 브랜드 SNS 광고를 집행할 때도 대다수의 소재에 남성 대비 여성이 활발하게 반응하긴 하나, 나는 그 또한 여성이 시장의 수요와 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소비자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아지네 마을 광고를 집행한 덕에 내 뒤에 올 10대 친구들이 주도하여 만들어갈 세상은 지금의 세상보다 분명 나으리라는 확신이 생겼고, 동시에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 유저들이 보여준 저력과 잠재력에 다시 한번 자부심을 느꼈다.



2. 그래도 결괏값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괏값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 결괏값 : 

   1) 링크 클릭 : 총 2,794

    2) CPC 122원

    3) CTR 1.56%


동일한 예산으로 직접 집행했던 브랜드 SNS 광고와 비교했을 때 링크 클릭 값, CPC는 우수하게 나왔다. 이것만 봤을 때는 효율이 전체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했는데 CTR까지 함께 보니 이번에 효율이 잘 나왔던 게 아니라 이전에 돌렸던 브랜드 광고들의 효율이 저조했던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여하튼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데, 가장 아쉬운 건 소재 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번에는 시간 관계상 아지네 마을 SNS에 업로드된 게시물을 그대로 가져다 썼지만, 좀 더 전환 핏 하게 이미지를 제작했더라면 더 효율이 잘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지네 마을 SNS에 올라가 있는 이미지는 다 가져다 써도 된다고 담당자분께 허락을 받은 만큼, 소재 여러 개를 써서 소재 경쟁을 시키는 방향도 생각은 했다. 다만 광고를 세팅할 당시의 나는 이 이슈에 너무 간절했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소재 여러 개로 테스트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효율을 낮출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다소 보수적으로 세팅을 했다.



두 번째로 아쉬운 건 위치 타깃을 설정하지 않은 점이다. 위 이미지와 같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유저에게서 활발한 액션이 발생한 만큼, 아지네 마을이 위치한 김포시 반경 nkm로 위치 타깃을 설정했더라면 더 효율이 개선되지 않았을까 싶다.




3. '이런다고 바뀔까' 싶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동네에 고층 건물에 위치하여 뷰가 좋은 카페가 있다. 그곳의 창가 자리에 앉으면 근처 건물들의 옥상이 모두 내려다보이는데 작년 8월, 그곳에서 옆 건물 옥상에 큰 개 한 마리가 짧은 목줄에 묶여 있는 것을 보았다. 행동반경이 제한되어 스트레스받는 개들이 주로 그러하듯 그 개 또한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빙빙 돌고 있었다. 때는 무더운 한여름이었고, 누가 봐도 방치였다.


그러나 나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못했다. 일단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도 모르겠을뿐더러, 그래도 건물 옥상에 개가 메어져 있다는 건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인데 그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거니 싶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바로 오늘, 나는 그 카페에 다시 갔고 설마 싶어 창 밖을 내다본 순간 말 그대로 기가 찼다. 옥상 위의 개는 지난 8월과 다를 바 하나 없었다. 그 개는 여름도, 가을도, 유독 눈이 많이 왔던 지난겨울도 그곳에서 짧은 목줄에 묶여 빙빙 돌고 있었을 것이다.


아지네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귀여운 댕댕이


'누군가 해주겠지', '그런다고 뭐가 바뀔까'하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세상은 정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게 의미가 있을까-싶은 의구심을 안고서라도 뭐라도 조금씩 해나가야만 개인들의 작은 의구심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커다란 확신이 되고, 그 확신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앞서 말했듯 사실 아지네 마을 광고 집행도 소위 말하는 KPI를 달성하리라고 애초에 기대조차 안 했다. 내 소중한 20만 원을 공중에 날리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만약 누군가 나에게 '결국 뻘짓 한 거네?'라고 말한다면 대꾸할 말이 없다.


그래도 17만 9천 건의 노출, 12만 5천 명에게 도달, 그중 2천7백만에게 링크 클릭을 얻어낸 지금, 후회는 없다. 적어도 10만여 명의 사람들은 내가 세팅한 광고로 인해 아지네 마을이 처한 이슈를 알게 되었을 것이며, 그중 2천7백여 명의 사람들은 직접 청원에 참여했던 과거의 경험이 있는 만큼 앞으로 이와 비슷한 유기 동물 이슈를 발견할 시 더욱 망설임 없이 목소리를 내어줄 것이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는 속전속결이기 때문이다.


아지네 마을의 귀요미들


결국 아지네 마을 광고 집행은 KPI를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지만, 이 사건을 통해 그래도 내가 이 광고를 돌리려고 그동안 그렇게 야근을 했었나 보다 싶었다. 처음으로 SNS 마케터라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고,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기술을 보탤 수 있는 직업인이라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아지네 마을 이슈는 KBS, SBS와 같은 언론에도 보도되었고 모 유튜버의 채널에도 소개되었다. 이 또한 직접 언론에 제보하고,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이슈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가능한 한 힘을 보태준 작은 개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이 같은 개인들의 작은 선의가 모여 세상은 점점 양지로 흐른다.


P.S 마지막으로, 저를 믿고 광고비 증액에 쓰라고 돈 보태주신 지인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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