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샌드위치는 어른들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빵 사이에 야채와 고기 따위를 끼워먹는다는 점에서 햄버거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세련된 느낌이었다. 나 같은 초딩이 우글거리는 롯데리아에선 팔지 않았기에 더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그래서 겉멋이 든 나는 제과점에 가서도 친구들이 소보루빵이나 크림빵을 고를 때 혼자만의 우월감에 젖은 채 꼭 샌드위치를 골랐다. 그리고 친구들이 투명한 비닐포장을 아무렇게나 뜯고 소보루 가루를 흘리며 빵을 우걱우걱 씹을 때 나는 우아하게 눈을 내리깔고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을 역시나 ‘우아하게’ 벗겨내었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를 엘사와 같은 공주쯤으로 설정해두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4등분이 된 샌드위치를 엄지와 검지만을 이용하여 집어올렸다. 못생긴 소보루를 무려 양손씩이나 써가며 먹는 올라프 같은 초딩들과는 다른 초딩이어야 했기에.
겉멋과 쩌는 허세감에서 시작한 샌드위치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는 여전히 ‘-ing’이다. 오죽하면 출산 전 2년간은 직접 샌드위치 가게까지 했을까.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에도 애착이 짙다. 신선한 양상추와 토마토를 깨끗하게 씻고 물기를 제거해둔다. 샌드위치의 생명은 속 재료의 물기 제거가 9할을 차지하니까. 그리고 그릴에 살짝 누르거나 토스트기에 은근하게 구워 낸 식빵을 한 김 식혀 눕히고 소중하게 재료를 쌓아 올린다. 고소한 마요네즈와 알싸한 홀그레인을 넣어 숙성시킨 소스를 바르고 치즈도 취향껏 다른 색깔로 두 장씩 얹는다. 기분에 따라 치킨텐더를 튀겨 올리기도 하고 크랜베리를 넣어 버무린 닭 가슴살을 양껏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손질해둔 토마토와 양상추를 올려 식빵 뚜껑을 덮어주면 인스타에 올려도 괜찮을 법한 비주얼의 샌드위치가 되는 거다.
전생에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육식만 좋아 할 수 있을까 싶은 내가 야채를 먹는 몇 안 되는 경우여서 그런가? 여전히 샌드위치에 대한 나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변한 것이 있다면 엄지와 검지가 아닌 양손을 쓴다는 것과 누구보다 크게 벌린 입으로 우아하지 못한 ‘한입’을 거하게 베어문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