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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양 Nov 30. 2020

The Color Of Life

[Modern Black : 031]

Modern Black : 031

적당한 온도와 습도, 하얀 새털구름과 새파란 하늘이 대비되는 풍경 사이로 상쾌한 바람이 들어와 창가의 커튼이 펄럭인다. 

깨끗한 침대 맡 베개에 기대 관람자가 되어 그저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해방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여름휴가 때 우연히 발견했던 카페, 

카페 전체의 풍경은 좁은 공간에서 전체적인 부조화가 느껴졌다. 대신 각 자리마다 셀카를 찍기 좋은 배치를 우선으로 해 두었다. 내 눈에 들어왔던 건 넓은 액자에 끼인 창문이 하나의 갤러리처럼 보였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이고 원색적인 자연의 컬러들과 형태의 조합들이 그 자리에 앉아 구름이 지나갈 시간 동안 느긋이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들.


토요일 이른 오전 시간 

한남동 어딘가 계단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전시장을 찾았다.

20여분을 골목길을 반추하며 넓고 높은 주택가 사이에 자리했던 그곳은 미로 찾기처럼 창과 창 사이로 보이는 동선과 시선의 흐름을 따라가면 다음 작품을 찾을 수 있었다.

일반 전시장과 달리 천장이 낮아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와 벽과 공간의 어두움의 대비되어

작품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집중하기 위한 공간에서는 창을 열지 않는다.

작품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지하나 건물의 외벽에 창을 일부러 막는 경우도 있다.

우스갯소리로 마감 동안 일주일 넘도록 문밖도 나가보지 못하고 광합성을 하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강한 햇빛이 집중력을 흩뜨려 뜨린다고 커튼 뒤 신문으로 이중 삼중 막았던 친구가 떠오른다. 


쉼과 집중의 경계, 그 사이를 연결하는 창은

주변과 생각을 환기시킨다.


어린 시절 화분과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던 작은 마당이 있었던 집 안 부엌과(입구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옆에 부엌이 놓여있던 구조) 문을 리모델링할 때, 부엌을 없애고 전면 유리로 바꾸었을 때 풍경을 관찰하기 좋았고, 대신 그만큼 단열이 되지 않아 한겨울에 무척 추웠던 기억이 있다.


전면 쇼윈도 안에 자리 잡은 누군가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그래서 입구 쪽에 커튼과 블라인드를 치고 업무에 집중한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족히 3미터는 되어 보일 그 창은, 8월 태풍 때 비바람이 몰아쳐 틈새서부터 들어온 물난리로 노트북과 다수의 서적과 가구가 침수되는(...) 고생을 했다.


보이기 위한 창과 자기만의 창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굴러다닌다.

잠시 쉬는 동안 추위를 막기 위해 창문을 닫았다.


지금 이 순간 창가에 기대어 하염없이 한곡만 무한 재생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왕복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오랫동안 남겨져 있던 무거운 생각을 내려두고 보내주기 위해. 

그 시간만큼은 온갖 풍경을 매일 눈에 담고 있던 눈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 美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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