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조조는 분노를 다스린것인가, 능력을 탐한것인가?

진림, 다시 붓을 들다.

by 임작가

드디어 그 자를 잡았다. 몇 년 전, 원소의 편에 서서, 나와 내 가족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선사한 자다. 그 자가 내 가족을 건들지만 않았어도 나는 이렇게까지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나는 평소 앓고 있던 두통마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분노했다. 그 자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건드렸다.

이제 그 자가 내 앞에 있다. 저 자를 어떻게 처리한다?



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원소가 최강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패하다니. 이제 내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조조가 나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분명 저 자는 내가 쓴 격문을 잊지 않고 있는 게다. 하긴 그때 그 격문은 내 생각에도 내가 쓴 것들 중에서도 꽤 잘 쓴 것이었으니까. 아마 조조가 받은 충격은 컸을 것이다. 그때는 그 격문으로 내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내 목숨을 위협하는구나. 세상일이 참 허무하다.


“그대가 나를 욕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부모와 조부모까지 싸잡아 욕할 필요는 없지 않았는가?”


아. 올 것이 왔다. 그런데, 왜 바로 죽이지 않지? 음.... 이건 일종의 시험이다. 잘하면 살 수도 있다.

좋아. 솔직해지자. 어설프게 변명하는 것은 오히려 조조를 자극할 수 있다. 음... 무작정 잘못했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비굴하게 살려달라고 할 수도 없고. 뭔가 조조의 공감을 이끌만한 것이어야 하는데...

“시위에 올려진 화살이 스스로 그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역시. 저자는 뛰어난 문장가임에 틀림이 없다. 이 와중에도 저런 답을 할 수 있다니. 비굴하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저렇게 품위 있게 포장하다니. 저 자를 죽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내 수족으로 쓸 수 있다면?

그래. 저 자의 말이 맞다. 저 화살을 내가 써야겠다. 내 시위에 올려 세상을 향해 쏘아야겠다.

“그럼 이제 내가 그 화살을 쓸까 하는데...”



이게 뭐지? 저 자를 죽이지 않는다고? 아니. 두통이 사라질 만큼 분노했다더니 그걸 그냥 용서한다고? 조조는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 능력만 좋다면 원수도 곁에 두겠다는 건가? 조조에게 감정은 얼마든지 통제가능한 것인가.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반대로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얼마든지 쳐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나도 뭔가 능력을 갖춰야만 할 것 같다. 살아남으려면.



“뭐 하는가? 와서 붓을 들지 않고.”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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