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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곰 Aug 13. 2019

잔망스런 이야기 6

천재일우

학교가 끝나면 집에 혼자 갔다. 동네에 단짝 친구 둘이 있었지만, 하나는 서울로 하나는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교과서에 나오던 ‘이농현상’이다. 동네에 한 살 어린 남자애와, 같은 학년인 남자애가 하나씩 있었지만, 그것들을 어디다 쓴 단 말인가.

내가 더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리 동네가 옆면과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서, 우리 동네 다음에 있는 동네부터는 옆면의 초등학교로 다녔기 때문이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이랑 우리 집에 같이 가서 놀기도 했지만, 혼자 집으로 가야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가는 길이 큰 찻길이고 멀지도 않았다. 길 가 밭에 들어가 보리를 뽑아 보리피리도 만들어 불고, 들꽃도 보고 꺾고 하면서 가면 금방이었지만, 혼자라 멀었다. 게다가 그땐, 인신매매 뉴스가 심심찮아서 혼자 걸어가다가 뒤에서 봉고차(승합차)가 오면 얼른 피해야 했다.     




어느 날, 친구 집에서 놀다가 늦게 집으로 향했다. 코스모스가 피어있어서 그 사이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났다.    


“막내야!”    


퇴근하는 아빠였다. 아빠는 ‘결혼한 총각’이어서 이렇게 일찍 집에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래 생각도 안 했는데, 아빠가 내 옆에 와서 섰다. 좋아라 웃는 나를, 아빠가 번쩍 들어 올려 오토바이 앞자리에 태웠다. 엔진 열기 때문인지 엉덩이가 따뜻했다. 꽉 잡으라는 아빠 말에 처음엔 오토바이 몸통을 잡았다가, 이왕 탄 거 기분을 내고 싶어(?) 아빠가 잡고 있는 오토바이 손잡이 아래쪽을 잡았다. 아빠가 날보고 씩 ~ 웃더니,  오토바이가 날았다. 바람이 상쾌함을 넘어 향기로웠고, 코스모스는 아름다운 군무를 췄다. 내 등 뒤에 있는 아빠 가슴에서 풀냄새 같은 바람 냄새가 났다. 순간이었지만, 아빠와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노을이 지는 만화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우리 집이 십리밖에 있지 않은 게 안타깝긴 했지만,  언덕바지 위 맨 꼭대기 집이고, 나무 울타리만 있어서 아빠의 오토바이는 매캐한 연기와 함께 언덕을 박차고 날아올라 마당 안까지 논스톱으로 내달렸다.     


“와우~!”    


바퀴를 살짝 돌려 세우는 아빠의 멋드러진 착지에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나를 내려놓는 아빠의 얼굴에 뿌듯함이 넘쳤다. 작은언니가 ‘째깐한 것이 까져가지고 늦게 다닌다’ 면서 눈을 흘겼다.    




다음번에 아빠를 길에서 만났을 때, 아빠는 나를 보기만 했다. 아빠가 나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간 허리가 나갈 판이었다. 내가 아빠 뒤에 탔다. 오토바이 뒤에 타니 영~ 앞에 탔을 때 같은 맛이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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