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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곰 Aug 13. 2019

잔망스런 이야기 5

깨달음

큰오빠와 11살 차이가 난다. 큰오빠와 나 사이에 작은오빠, 큰언니, 작은언니가 있다. 

큰오빠가 맞춤형 큰아들인 것과 달리, 작은오빤 사고뭉치 고등학생이었다. 맨날 학교에서 부모님을 찾았는데, 그때마다 세 살 많은 대학생인 큰오빠가 학교에 갔다. 부모님이 시골에 계셔서 같이 사는 형이 왔다며, 자기 선에서 해결했다. 부모님까지는 안 오게 했다. 작은오빠에겐 ‘무리들’이 있어서, 항상 같이 사고를 쳤다. 그때마다 그 부모님들 역시 학교의 호출을 받았고, 그런 날은 아버지들한테 ‘뒤지게’ 얻어터졌다. 반복되는 패턴에 ‘무리들’은 자연스레 학교에서 부모님 오시라고 하면 큰오빠한테 연락을 했고, 큰오빠는 기꺼이 보호자 노릇을 했다.    

언젠가 작은오빠와 무리들이 학교를 땡땡이치고 시골 우리 집 근처 읍에 와서 놀다가 아빠한테 딱 걸린 일이 있었다.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무리들을 식당으로 데려가 고기를 사 주셨는데, 수십 인 분을 먹어치웠다고 작은오빠가 자랑하는 소릴 들었다. 무리들은 방학이 되면 시골 우리 집에 왔다. 당연한 수순처럼 여기는 것도 같았다.   


  



어느 날 아침, 마당가에서 큰오빠가 작은오빠 멱살을 잡고 뭐라고 하더니, 작은오빠를 때렸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본 난, 겁이 나서 나가지도 못 하고 내다만 보는데 큰오빠가 인정사정 안 봐주고 작은오빠를 무섭게 팼다.     


“이러면 나도 친다!”    


작은오빠의 말에 큰오빠는 그래 쳐라, 쳐 새끼야! 하면서 더 때렸다. 큰오빠가 작은오빠 때린다고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빨리 밥이나 먹으라고 하셨다. 부모님은 TV를 보면서 아침을 드셨다. 작은오빤 피하고 붙잡기는 했지만 끝까지 큰오빠한테 맞고만 있었다. 덩치도 작은오빠가 더 큰데 말이다. 오빠들이 싸우고 난 자리는 피가 낭자했다.     




왜 맞았는지, 왜 때렸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린 내 눈에 인상적이었던 건, 작은오빠가 큰오빠를 절대 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난 똑같이 세 살 차이 나는 작은언니랑 싸우면 끝까지 대들고, 발로 찼다. 한 번은 쥐어뜯다가 작은언니 팔꿈치에 잘못 맞아서 코피를 보기도 했다. 그 날은 집이 뜯어져라 울었다.


작은오빠를 보면서 그게 맞는 건가 싶었다. 사실, 작은언니가 큰딸과 막내 사이에 껴서 많이 서럽단 걸 알고 있었다. 엄마도 막내인 내 편을 많이 들고. 가끔, 작은언니에게 미안하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나 사람을 약 오르게 하는데, 작은언니가.......     

난 작은오빠처럼은 못한다. 죽어도.     


※ 아빠가 경찰서에 불려 갔다 오셨다. 데모하다 잡혀간 큰오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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