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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곰 Aug 14. 2019

잔망스런 이야기 7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서로의 바지춤을 붙잡고 씨름을 하면서 힘겨루기를 한다. 언니들과 나는 재빨리 방안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깨끗하게 치운다. 방바닥에 오빠들만 남으면 마지막으로 의자를 책상 안으로 넣고 책상 위로 올라가 앉는다. 방 안은 완벽한 경기장이다. 오빠들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넘어질 뜻 패대기 쳐질 듯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한다. 우리 자매들은 책상 위에서 좋다고 구경한다. 웃고, 응원하고....... 

우리가 내복 차림이었던 것 보면 겨울인데 오빠들은 어김없이 웃통을 벗어 제치고 씨름을 한다. 문제는 그때는 장판이 지금처럼 아귀가 딱딱 맞는 한 장이 아니라 방 가운데서 반장으로 나눠져 있었다는 것이다. 오빠들의 우악스러운 몸놀림에 장판이 움직이고 찢어지고 난리가 아니다. 엄마한테 된통 한소리 듣지만 본능에 충실한 오빠들은 뻑 하면 바지를 샅바 삼았고, 책상은 관중석이 됐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돠아~    


어릴 때라 엄마가 겨울이면 꼭 빨간 내복을 입혔는데 크게 입혀선지 그게 꼭 가랑이 부분이 잘 찢어졌다. 큰언니랑 나는 찢어지면 진채로 그냥 입었지만 작은 언닌 꼭 하얀 실로 꿰매 입었다. 빨간 내복에 하얀 실이라! 꿰맨 자국이 너무도 선명했다. 안 꿰맨 것이 옳다 싶을 정도로. 그래, 작은언니에게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 자긴 그저 하얀 실이 있어, 하얀 실로 꿰맨 것인데 왜 자꾸 하얀 실로 꿰맸냐고 물으면.......

그래, 홍시 맛이 나서 그런 거였다.    




다시 경기로 돌아가면 오빠들의 씨름은 절대 금방 끝나지 않는다. 선수 둘 뿐인 경기가 승자와 패자 가리기는 또 그렇게 어렵다. ‘승복’이 없다. 결국엔 관중의 야유와 난입으로 끝이 난다. 어긋난 장판 다시 맞추고 이불 깔고 누우며 저리 비키라고 밀고 TV를 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다 같이 누워서 TV를 보면 꼭 베개가 부족하다. 막내인 내 차지가 없기 마련이라 언니들 다리통을 좀 빌릴라치면 무슨 벌레 털어내 듯 털어내 버린다. 굼벵이처럼 굴러서 오빠들 다리통에 머리를 들이밀면 다행히 그대로 있다. 한 살이라도 많은 오빠들이 낫다 여기며 웃고 즐길라치면, 어김없이 내 머리통이 방바닥으로 낙하한다. 좋아라고 웃는 오빠들. 그 걸 또 당하냐고 비웃는 언니들. 아프고 서럽고 외로워... 엄마가 오실 때까지 우는 수밖에 없다. 그만 쳐 우라는 작은 언니의 발길질을 내 손톱이 반격하고, 경기는 다시 시작된다. 작은언니와 나의 개싸움으로.

‘승복’이란 없다. 

.............

‘막내’만 있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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