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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곰 Sep 20. 2019

잔망스런 이야기 19

고양이

시골집 마당엔 고양이들이 산다. 들락날락 지들 맘이다. 한 번은, 초췌하고 마른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죽을 란가 보다”    


지금 사는 고양이들의 할머니 고양이라고 엄마가 그러셨다. 다음 날, 그 할머니 고양이는 엄마가 가져다준, 상자 안에 몸을 말고 죽어있었다.     




언제부턴가 온 동네에 우리 집 고양이 나비 비명 소리가 울린다. 지붕으로 창고로 두두두~ 도망 다니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마치 너구리처럼 생긴 얄미운(?) 고양이 녀석이 우리 집 담장에 앉아 털 고르기를 한다.     


“너, 누군데 남의 집에서 털을 골라?”


뭐가 짖냐며, 하던 일 계속한다. 너구리가 털을 다 고르고 사라지자, 우리 집 고양이 나비가, 복날 털 뽑아 놓은 닭 꼴을 하고 나타나 상처를 핥는다.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날이 갈수록 우리 집 나비 몰골은 말이 아니다. 눈동자도 흔들린다. 아무래도 동네 서열싸움에서 밀린 것 같다. 그렇다고 남의 집까지 찾아와서 애를 패?    


엄마가 너구리 집에 항의 방문했다. 너구리는 회관 앞집에 사는 놈인데, 그 집 아줌마 옆에 늘어져 있더란다. ‘저 놈이 날마다 우리 집에 와서 나비(고양이)를 잡는다’고 하자. 그 집 아줌마가 ‘너 왜 그랬어’ 하며 웃더란다. 너구리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쳐 자고.     


“한번 후려쳐야, 속이 시원하것다”    


엄마가 긴 대나무 장대를 마루 끝에 걸쳐 놓으면서, 너구리가 오는 소리만 들리면 누구라도 뛰어나오라고 하셨다. 저러다 나비 잡겠다며. 사실, 우리 집 고양이 나비도 그렇게 유약한 수컷이 아니다. 마당과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쥐도 잘 잡는다. 한 번은 화단 돌 옆에 잡은 쥐를 물고 보란 듯이 서 있길래, ‘잘했어. 나주지 말고 너 가져’ 그러고 있는데, 새가 날아와 나비 입에 있는 쥐를 채 가려고 했다. 말 그대로 눈 깜빡할 새였는 데도, 나비는 쥐를 안 뺏겼다. 그런 나비인데... 홈그라운드에서 이 무슨 수모란 말인가    


나비와 너구리와 그 뒤를 쫓는 인간과... 신발이고 뭐고..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맨발로 뛰쳐나가 장대를 휘둘렀건만, 너구리를 후려칠 순 없었다. 아니 털도 스치지 못했다. 누가 그 가볍고, 날렵하고, 사뿐하기까지 한 녀석을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 왜 그 녀석은 우리 나비만 노리는 것인가. 동네에 그 많은 고양이들은 다 두고. 한 놈만 팬다는 것인가... 비겁한 너구리. 덩치도 두 배는 큰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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