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28
숙취. 많이 마시지는 않았는데 맥주랑 와인을 섞어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아팠다. 일어나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다시 잤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배가 고파 신라면을 끓였다. 나에겐 김치가 있다! 해장하고 속이 좀 풀어진 줄 알았는데 머리가 더 아팠다. 그래서 다시 잤다. 설거지도 해야 되고, 빨래도 해야 되고, 씻어야 되는데 다 귀찮았다. 역시 술 먹은 다음날은 뻗는 게 최고다.
저녁에 번개 팸을 또 만나기로 해서 우선 씻는 게 급했다. 저녁으로 남은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나갔다.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7시 반까지 보기로 했는데 버스 타고 갔더니 너무 일찍 도착해서 거리 공연을 구경했다. 35분쯤 동주를 만났고, 나머지 인원들도 모였다. 다 모인 후 까르푸로 장을 보러 갔다. 오늘은 조금만 마셔야지 하고 맥주 한 캔과 하리보 젤리를 고른 뒤 계산을 했다.
센 강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행 이야기도 듣고 공부 이야기도 하고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다 11시쯤 노트르담 야경을 보러 갔다. 매일 맑은 날 오후에 보다가 흐린 날씨에 본 노트르담 대성당은 조금 꼬질꼬질했다. 하지만 어두운 밤에 보니 역시나 멋졌다. 사진을 찍고 불 쇼도 감상하고 시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다리에 앉아 사진도 찍고 색소폰 연주도 듣고 시청사에 도착해 급했던 화장실 문제를 처리하고 퐁피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시간이 늦어져 피곤한 언니들은 먼저 숙소로 돌아가고 나와 동주, 오빠 두 명까지 넷이서 마레지구를 구경했다.
밤의 마레는 게이 천국이었다. 게이바 앞을 지나가는데 유리창 너머로 남자 두 명이 팬티만 입고 섹시 댄스를 추고 있었다. 정말 신세계.. 가게 앞에는 남자들이 줄을 서 있더라.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곧 우리도 지하철을 타러 다시 시청역으로 갔다. 졸리다, 잠이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