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별을 바라보고 있는 윤이 눈부셔서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는 가만히 누워 내게 물었다.
- 뭘 그렇게 봐요?
- 하늘이요.
- 뭐가 보이는데요?
- 별이요.
- 이렇게 누워있으면 별들밖에 안 보여요, 어두워서 땅과 하늘의 경계가 보이지 않고 그저 멀리 있는 별들만 보이죠.
우연히 슬리핑 버스의 옆자리에 눕게 된 그는 흥미롭다는 듯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 이 슬리핑 버스가 처음이 아니신가봐요?
- 음, 예전에 한 번 왔었거든요.
불쑥 윤이 떠올랐다. 윤과 함께 이 버스를 탔었다. 싱글 침대보다 약간 넓은 폭, 길이는 윤의 키보다 약간 긴 침대버스.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서 버스에 타는 일은 생각보다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그 슬리핑 버스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윤과 아무사이도 아니었다. 빡세에 있는 초등학교 몇 곳에 기업홍보를 위한 봉사단을 파견하기 위해 방문했었는데, 비엔티엔과 빡세 간의 항공권이 회사에서 지원되었지만 윤은 슬리핑 버스를 한 번 타보고 싶었다며 내게 비행기 예약을 취소하자고 졸랐다. 별 생각 없이 승낙했는데, 좁은 매트리스 위에 함께 눕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윤은 창가에 누워 말했다.
“대리님, 창밖에 별이 엄청 많이 보여요. 버스가 별 속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아요.”
나는 모로 누웠다. 천장을 보고 누우면 윤의 숨이 내 어깨에 닿을 것처럼 가까웠다. 슬리핑 버스 안은 고요했다. 이따금 돌이나 모래가 튕기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보다 내 심장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윤을 향한 헷갈리던 마음을 비로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고백을 할까, 아니면 지금 손이라도 잡아볼까. 어깨너머로 보니 윤은 하늘에 눈을 고정한 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윤이 바라보고 있는 별보다, 그 별을 바라보고 있는 윤이 눈부셔서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깊은 잠이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병원에서 산소마스크를 낀 채 3일 만에 잠에서 깨었다. 슬리핑 버스의 전복 사고였다. 27명의 탑승객 중 사망자는 3명으로 프랑스인 2명과 한국인 1명이었다. 그 한국인은 윤이었다.
윤이 그날 보던 별들은 지금 내가 보는 별자리들일까. 적막한 어둠에 슬리핑 버스의 전조등이 빛으로 길을 만들며 달려간다. 윤, 이 버스가 비엔티엔에 도착할 때, 너도 그곳에 도착해있다면 좋을텐데.
- 영화 같은 거 보면, 우연히 기차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랑 사랑에 빠지잖아요. 그런데 라오스는 전혀 그럴 수가 없네요?
등을 돌리고 누워있던 그가 불쑥 말했다. 라오스의 슬리핑 버스는 혼자 표를 예매하면, 성별을 확인해서 같은 성별의 사람과 앉게 해준다. 그가 힐끔 창밖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 버스가 별 속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네요.
순간 나는 몸을 일으켜 그의 어깨를 휙 잡아 당겼다. 그가 맥없이 자리 가운데로 나동그라졌다.
-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잘 보이는데요. 별이.
그가 다시 모로 누웠다. 그리고 가만히 말했다.
- 이상하죠, 이 슬리핑 버스는. 비행기로 지구 반 바퀴를 돌 시간에 겨우 빡세에서 비엔티엔에 다다를 뿐인데 왜 엄청난 시공을 뚫고 가는 기분이 들까요? 이제 주무세요. 계속 그렇게 깨어있으면 힘들 거예요.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속으로 수많은 별이 쏟아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