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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스 Nov 01. 2018

스위스 아이들은 숲으로 간다.

숲-옷-신발...의식의 흐름대로.


이제 가을과 겨울의 문턱을 오락가락하는 계절이 되고, 젠장! 이번 겨울은 또 어떻게 나지? 추위 혐오자인 나는 공포에 사로 잡혔다. 춥기만 한가, 겨울 해는 우울증에 걸리게 할 정도로 짧다. 그조차 아침은 안개에 휩싸여 추위가 습기를 입고 뼛속으로 스며든다. 단순히 따뜻한 옷은 안된다. 방수가 되는 옷을 입어야 이 안개를 뒤집어 쓴 스산한 한기가 내 몸을 얼리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계절에, 아직 컴컴한 아침 8시부터, 매주 한번씩 스위스 유치원 아이들은 숲으로 나간다. 전체적으로 스위스는! 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언어권마다 게마인데(행정 최소단위)마다 다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역에서는 숲이나 반드시 숲이 아니라도 야외로 나가는 날이 정해져 있다.


다만 추운것과 비오거나 눈이 오는게 참 싫은 사람인 나로서는-이런 장보러 가기도 싫은 날씨에 아이들이 삼십분도 아닌 세 시간 가까이 야외에 머무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빨아서 널어놓은 작업(?)바지. 유치원에서 숲에 갈때 필수템이다.


당연하지만 아이들이 그 시간을 춥지 않게 보내려면 이런 옷들로 무장을 해서 보내야 한다. 예쁜 옷, 새 옷,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옷 따위는 아무 쓸모가 없다. 깜찍한 신발 따위도 유치원 선생님이 본다면 고개를 저으며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 것이다. 아이를 위한다면 제대로 된 신발을 신겨 보내달라고.


출처: https://www.lavendelblog.de


이웃나라 독일에서도 아이들은 열심히 숲으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저런 장화타입을 신는 아이들도 있고 본격 하이킹 신발을 신는 아이들도 있는데, 닉은 둘 다 신으면 어기적 어기적 걸으며 무거워 하는 느낌이 들어 겨울 부츠같은 타입으로 구했다.



실제로 올 겨울을 위해 산 신발. (출처:Dosenbach.ch)


아기들 신발부터 있는 브랜드인데 합리적인 가격, 기능면에서 우수해서 이 브랜드 제품이 있는지 항상 먼저 확인한다.


일단 우리집 사람들은 모두 칼발이니까, 발볼이 넓은 신발은 절대 못 산다. 그래서 모양이 중요하고 당연히 방수가 잘 되어야 한다. 눈오면 눈밭에, 비오면 물 웅덩이에 풍덩할 예정이므로 아이에게 더러워진다고 잔소리 하기 전에, 그냥 어느정도 더러워져도 다시 깨끗하게 하기 좋은 소재와 동상같은 게 걸리지 않도록 방수가 꼭 되어야 하는 것, 안감이 폭신하게 따뜻해야 할 것, 발목 위 이상으로 올라와서 조금이라도 다리 아래쪽을 덮어줄 것, 바닥이 조금이라도 미끄러운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의외로 비싼 브랜드조차 바닥이 맨들맨들한 느낌일 때가 있다. 피겨 스케이팅이라도 해보잔 건지...), 아이가 스스로 신고 벗을 수 있어야 하고-그래서 아직 끈으로만 된 신발은 곤란하다.


 마지막이 디자인. 별거없다. 닉이 파란색을 좋아하니까 파란색 계열, 거의 검정색에 가까워도 파란색 점이나 선 하나만 들어가도 오케이다.


파란색을 좋아해서 요즘 자꾸 파란 버섯이 있냐고 물어보고 있다. 왜 어째서 굳이 버섯에 대해 궁금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이 해마다 자라니 아무리 구비를 해놓아도 그 다음 해가 되면 큰 사이즈의 옷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이웃집 아들 셋 엄마에게 얻어서 쓴 게 많아서 큰 지출없이 넘어가고 있다. 그집에 고맙다고 작은 선물이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왜 이렇게 건망증이 심한건지. 심지어 선물도 사 놓았는데 가서 가져다만 주면 될걸 자꾸 잊어버리고 만다.


아이들 신발에 대해 지금은 이렇게 쉬지도 않고 떠벌릴 정도로 알게 되었는데, 처음엔 정말 말도 안되는 신발을 사곤 했었다.


귀여운 캐릭터 CARS가 그려졌다고 자동차를 좋아하니 이걸 사야지, 해서 샀던 여름 샌들. 그거 신고 닉이 불편해서 얼마나 대차게 넘어졌던지, 그날로 그 신발들 바로 던져 버렸다. 아주 멀쩡한 곳이 없게 된 아이 무릎을 보고 얼마나 스스로 자책했던가.


그러나 아직도 배울 건 아는 것보다 훨씬 많기만 한데... 내일 걱정은 내일 모레에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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