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1년 8월호(VOL.50) 여는 글
어릴 적, 눈 뒷부분의 빨간 줄이 특징인 ‘붉은귀거북’을 길렀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특별히 손이 많이 가지 않아 꽤 많은 가정에서 기른 대중적인 반려동물 중 하나입니다. 개나 고양이처럼 짖거나 털이 빠지지 않아 반려동물을 반대하던 집에서도 쉽게 기를 수 있었죠. 일광욕을 하는 거북이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기억은 어린 추억의 한 장면으로 여전히 남았습니다.
동물에 관심이 없어도 이 붉은귀거북의 이름을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 미시시피 강에서 살던 거북이들이 머나먼 이국땅, 한국에서 남생이를 몰아낸 생태계 교란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니까요. 종교적인 이유로 방생하거나, 가정에서 기르다 유기해버린 게 그 원인이죠.
처음부터 나쁜 결과를 기대하고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듯, 모든 결과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결과를 아예 외면할 수는 없겠죠. 이게 바로 ‘책임’입니다. 의도나 과정이 어찌되었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도리입니다.
생태계 교란종은 붉은귀거북처럼 유기된 경우도 있지만 (주로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에 의해, 혹은 기후변화로 유입됐습니다. 이들은 이제 우리 토종을 몰아내고 농촌을 힘들게 하는 생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생태계 교란종이 가져온 결과’인지, 우리에게는 반성이 필요합니다.
이번 달 옥이네는 옥천의 생태계 교란종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청호 주변 숲을 덮은 건 대부분 이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퍼진 가시박부터 흔하게 알려진 배스, 블루길, 비교적 최근 등장한 미국선녀벌레와 등검은말벌 등. 그리고 오래 전부터 현장에서 피해를 막아보려 노력해온 옥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뚜렷한 대안을 소개하진 못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방법을 찾아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 글을 쓰는 7월 29일의 아침, 대청호 수온 상승으로 빙어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며칠 전 접한, 뜨거운 수온에 몸이 익어버리고 있다는 미국 컬럼비아 강의 연어떼 이야기와 겹쳐집니다. 지구 곳곳이 이렇게 불처럼 뜨거워지는데, 우리는 여전히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 무척 이상합니다. 인간의 욕심이 많은 것을 해치고 있는 요즘,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을 다시 돌아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봅니다. 지구 반대편의 세계와 내가 지금 발 딛고 선 자연 그리고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임을.
책임을 외면하는 사이 위기는 코앞까지 왔습니다. 모든 결과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다시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