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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11. 2023

‘도서관’이라는 보물을 발견한 이야기

월간 옥이네 2022년 3월호(VOL.57) 여는 글

옥천을 방문하는 지인이나 손님에게 꼭 안내하고 자랑하는 곳이 있습니다. 하나는 옥천 농민들이 일궈낸 로컬푸드 운동의 상징 ‘옥천로컬푸드 직매장’이고, 다른 하나는 대청호 풍경을 따라 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그리고 이 길이 이어진 곳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이 있지요.


지인들의 반응이 가장 재밌는 곳도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입니다. 도서관 풍경을 보여주고 간단히 설립 배경을 들려주면 다들 하나 같이 놀라는데요. 놀람 1단계는 “이렇게 작은 마을에도 도서관이 있어?”이고, 2단계는 “이게 가능해?”입니다. 작은도서관이 늘 가까이 있던 지역 주민들에겐 오히려 이런 반응이 놀라우실 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도시물을 먹은 사람들에겐 이런 공간이, 이 같은 주민 자치가 유니콘 같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시라는 공간은 ‘주민이 직접 무언가를 일궈간다’는 상상이 차단된 곳이기 때문일까요? 저 역시 옥천에 처음 왔을 때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의 존재에 충격을 받았는데요. 돌아보면 이조차 농촌에 대한 무지를 기반으로 한 폭력적 인식의 한 자락이었다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농촌 역시 사람이 사는 공간임을 무심코 지워버린 태도가 작은도서관의 존재와 그것이 가능한 배경을 놀라워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설립은 이후 다른 지역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죠. 옥천 안팎으로 작은도서관의 가능성과 그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보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옥천 안에도 이 같은 공동체를 꿈꾸는 기회가 더 많이 열리게 됐던 거 같습니다. 옥이네 이번 호에서는 그런 도서관의 풍경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은 기반시설과 운영인력의 지속가능성을 늘 고민하게 되고, 행정이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은 주민과의 연결고리 강화가 숙제로 남아있는데요. 각자의 영역에서 할 일과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할 일이 있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지자체를 비롯한 관련 행정의 지원과 협력이 더욱 중요할 테고요. 우리가 도서관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최근 도서관 관련 책을 낸 다른 지역 도서관 활동가들의 인터뷰도 함께 담습니다. 부족한 지면입니다만, 진정한 의미의 도서관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라 안팎으로 힘든 소식이 연달아 들립니다. 무엇보다 러시아 침공으로 고통 받고 있을 우크라이나 민중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미국은 소말리아를, 이스라엘은 시리아를,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을 폭격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주류 언론과 우리의 시선이 러시아 침공에 집중한 사이 벌어진 일들입니다. 이 세계 한편엔 이런 폭력이 일상인 이들이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이번 호 옥이네에서 개인적으로 또 한 번의 충격을 받은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옥천 여성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66쪽)에 언급된, ‘마을에서 월경용품을 사는 것이 눈치 보이고 불편할 때가 많다’는 고백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20년 전이 아닌 2022년 현재에 나온다는 것이 놀랍고 또 한편으론 부끄러웠습니다. 우리의 시선이 가닿지 못한 곳은 이렇게도 많습니다.


다소 무겁고 어려운 일이 많은 요즘입니다만, 3월호 여는 글은 좋은 소식을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월간 옥이네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잡지협회가 주관하는 ‘우수콘텐츠잡지’에 3년 연속 선정됐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는 3월의 초입입니다. 주제 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옥이네 역시 마을 도서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이를 지면 안팎으로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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