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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11. 2023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을 걸음

월간 옥이네 2022년 7월호(VOL.61) 여는 글

월간 옥이네가 지령 61호 발행과 함께 창간 5주년을 맞았습니다. 먼저, 옥이네와 함께 5년을 버텨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더불어 늘 옥이네에 ‘수고했다’는 칭찬을 전해주시는 독자님들께 한 가지 평가도 부탁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시기에 옥이네의 기치 - 농가월령가를 쓴다는 마음으로 농촌의 땅·흙·계절을 담겠다던 다짐, 이 땅에서 삶을 지어온 사람들을 기록하겠다던 결심이 지난 5년간 잘 지켜져 왔나요? 독자 여러분의 평가가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더 낮은 자세로 깊숙이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이번 호 옥이네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지역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달구북, 문화통신, 전라도닷컴, 전북문화저널, 하트인부산. 각 지역의 말, 사람, 역사, 문화를 잡지와 출판·문화 활동으로 기록하고 실행하며 보전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옥이네에게는 맏언니 같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동지들이지요.


이들이 앞서 낸 길을 따라 가며 어려운 지역 환경 속에서도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 앞으로도 놓을 수 없는 이유를 들어주십시오. 여전히 서울 중심의 언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스스로 지역 기반을 무너뜨리는 악순환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가리키는 이야기들입니다.


다른 이의 말과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은 곧 우리 세계의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옥이네를 비롯해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하는 이들 모두 이런 선순환을 꿈꾸고 또 실현하는 이들이지요. 그리고, 매월 옥이네를 봐주시는 독자 여러분 역시 이 선순환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어렵다, 어렵다’면서도 이 일이 가능한 데는 우리가 ‘함께’이고 ‘같은 지향’을 가졌기 때문임을, 독자 여러분과 옥이네를 만드는 모든 이가 어깨를 나란히 한 동지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옥이네 이번 호를 만들면서 앞으로의 5년, 10년, 20년을 그려보았습니다. 당장 1년 후의 상황도 어찌될지 모르는 게 사람, 그리고 지역잡지계의 일인지라 사실은 참으로 막연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저 처음의 다짐과 각오를 잊지 말고 느리더라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할 뿐이지요. 5년 전 창간호에서, 또 이번 호 특집의 번외 인터뷰에서 뵌 박옥자 선생님의 말씀처럼 “들어주는 귀와 상냥한 마음이 내내 변치 않”도록 말입니다.


매월 저희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다 지면에 녹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안고 여러분께 옥이네를 보냅니다. 이런 아쉬움을 하나라도 덜 수 있도록 열심히 성장해나가는 것은 저희의 몫일 테고요. 이 과정에 함께 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다시 감사를 전합니다.


7월의 무더위 잘 보내십시오. 우리네 사는 이야기, 그 자체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야기를 들고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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