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2년 9월호(VOL.63) 여는 글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어, 그런데 사투리 안 쓰시네요?”
제가 나고 자란 지역은 말끝에 ‘-여’를 붙이는 습관이 있습니다. 타지 사람들은 “왜 존댓말을 쓰냐?”고 묻는, 아주 재미난 사투리지요. 하지만 이 말투도 제 입에서 떠난 지는 이미 한참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점점 만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레 사라진 면도 있지만 어딘지 억센 억양과 특이한 어미를 ‘촌스럽다’고 여기는 시선에 꺾였던 점도 부인할 수 없을 듯합니다.
옥천에 와서 살게 되면서부터는 사투리, 지역말을 조금 달리 보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말씨가 재미있고 의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거죠. 같은 옥천 사람이라도 사는 마을에 따라, 마을이 어떤 지역과 접해있냐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나 억양이 다르다는 것도, 신출내기의 눈에는 대단한 발견을 한 것 마냥 신기했으니까요.
옥이네 이번 호에서는 그런 옥천의 말을 담아봅니다. 옥천에 사는 7명의 여성 어르신의 말을 소리 그대로 따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옥천말 보존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조도형·김묘순·송진권 선생님 인터뷰, 같은 도내에 있는 제천의 김동원 선생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옥천말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모의고사도 놓치지 마시고요.
무엇보다 오래도록 옥천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입말 그대로 담았다는 데서 옥이네 이번 특집의 의의가 더욱 깊다고 자부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그러나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을 이렇게 지면을 통해 담아낸 데에 독자 여러분 역시 함께 기뻐해주시길 바랍니다. 은근한 옥천의 말맛을 즐기면서요. 앞으로 누군가 더 많은 옥천말을 수집하고 기록할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전합니다.
특집을 지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또 한 번 여성 어르신들이 대거 등장하는 지면이 펼쳐집니다. 시니어기자단으로 활동하는 지역의 여성 어르신들 이야기도 눈 여겨 봐주십시오. 나이든 여성이라는 이유로 밀려나 있던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꽃 피워 가는지,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저는 여성 어르신들을 이토록 많이 만날 수 있는 지면을 만들게 돼 무척 뿌듯하고 자랑스럽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번 호 옥이네 지면의 의미를 곱씹어 주세요).
그 밖에 옥천 이주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나눈 이야기, 청소년들이 전국의 마을 공동체를 만난 현장(‘우리가 움직이면 학교’), 매일 보던 풍경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는 영화(‘옥천’ 상영회 및 지탄역 영화 촬영 현장)와 장애인권운동을 통해 인권·동물권 기록 활동가로 나아간 홍은전 선생님 이야기 등도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가 닿길 바랍니다.
문득 옥이네가 지면을 통해 하는 일이 ‘낯설게 보기’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척에 있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이들의 얼굴을 보고, 말을 듣고, 몰랐던 세계를 만나게 하는, 옥이네의 모든 이야기가 원래 있던 것을 ‘낯설게’ 보게 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우리를 한 뼘 더 성장시키리라 믿습니다.
10월에는 조금 더 자란 모습의 옥이네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