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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슬욱 Nov 25. 2020

특이하다, 특이해!

홍콩에서 맛본 참게

특이하다, 특이해!

아기 돼지, 생선 껍질 튀김, 삭힌 계란 등. 홍콩 김서방은 홍콩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수많은 현지 음식을 맛보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대갑해 (大閘蟹, 광둥어 발음으로는 다이잡하이, 한국어로 참게)라고 하는 게다. 홍콩 음식의 뿌리인 광동 음식은 다양한 해산물 음식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새우 딤섬(하가오)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대갑해는 일반적인 해산물과는 조금 다르다.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다른 해산물들과는 달리 일 년 중 오로지 10월에서 11월 사이에만 맛볼 수 있으며, 다른 해산물들과 구별되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도 있기 때문이다.


1) 특이하다, 생김새가! 

대갑해는 생김새가 매우 특이하다. 다리가 몹시 가늘고, 몸통이 커서 처음 봤을 때 약간 기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대갑해는 가는 다리를 몸통에 딱 붙인 뒤 줄이나 연잎 등으로 묶은 형태로 유통된다. 이런 식으로 묶인 대갑해는 직사각형 모양이 되어 게가 아니라 벽돌 같은 느낌마저 든다. 접힌 다리 중 집게발에는 짙은 갈색, 혹은 검은색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진한 색의 털이 빽빽하게 나있다.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털 촉감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털을 뽑을 수 있을까 궁금하여 안간힘을 다해 빼보려고 노력했지만 털이 집게발에 어찌나 강하게 박혀 있던지 단 한 톨의 털도 뽑아낼 수 없었다.

대갑해는 이렇게 다리가 몸통에 딱 붙은 형태로 묶여 유통된다

2) 특이하다, 그 생태가!

대갑해는 연어와 비슷하게, 담수와 바닷물을 왔다 갔다 하며 생애를 보낸다. 대부분의 생애를 담수에서 보내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은 대갑해를 민물게라고 부른다. 산란기가 되면, 대갑해는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돌아간다. 중국에서는 특히 상해 옆에 있는 장수성 (江蘇)의 대갑하가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광동 지방에서도 대갑하를 잡을 수 있긴 하지만, 장수성 것만큼 맛이 좋지 않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은 장수성 대갑하를 수입해서 먹는다. 

대갑해를 쪄낸 모습(좌). 집게 발에 달린 털이 인상적이다(우).
마리 당 200HKD 정도 하는 장수성의 대갑해를 구입했다.

3) 특이하다, 맛이!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기, 원산지, 성별 등이 있으며 마리당 시세는 30 HKD에서 300 HKD (약 4,500원에서 45,000원)다. 크기는 클수록 비싸고 장수성 것이 으뜸이며, 수게가 암게보다 비싸다. 암게가 알이 있어 먹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알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장 밀도가 낮고, 수게의 내장이 지방이 많아 훨씬 풍미가 좋기 때문이다. 맛의 가장 큰 특징은 살이 달다는 것이다! 민물에서 사는 게이기 때문에 짠맛이 전혀 없고, 살이 매우 달다. 내장은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이 지방질이 많은 풍부한 맛이다. 대갑해 그 자체로 맛있기 때문에, 보통 통째로 쪄서 간장 등에 찍어 먹는다.

대갑해 암놈의 몸통을 연 모습. 붉은색 알과 내장이 차있다.

얼마 전 비비안이 대갑해를 주문하고 언니 부부를 집에 초대하여 함께 가족 식사를 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홍콩김서방은 작년 홍콩에 있을 때 그 자리에서 함께 가족 식사했던 것을 생각했다. 은은하게 달달하면서도 풍부한 그 맛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맛을 기억 속에서 꺼내 들춰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 별미를 당장 맛볼 수는 없으니, 언젠가 대갑해를 다시 먹을 날을 기약하며, 대갑해에 대한 글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그 때를 추억해 본다. 

수놈(위), 암놈(아래).


* 한국에서 참게를 맛본 적이 없어 중화권에서만 먹는 식재료인 줄 알았는데, 조사해보니 한국에서도 매운탕, 게장, 찜 등으로 참게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 참게에 대한 정보를 아시는 분은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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