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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름 Mar 28. 2021

비 오는 날에 마음이 살랑거려

나도

 마다마다 계절을 타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계절뿐 아니라 날씨도 타는데 종종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 없이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면서 곧 ‘난 진짜 왜 이러나 몰라.’ 순간순간 본인 스스로를 타기도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면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기 마련이지, 암.     


 3월의 쨍한 해와 포근한 공기, 만개한 꽃이 그녀는  외롭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계절이든,  오는 날이 좋다고. 약간 어둡고 추적거리는 색과 소리 안에서 보호받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나도  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녀의 반색하는 표정을 보니  맘에 알전구가 켜진 기분이었다. 취향이 같다는  특정한 어떤 것을 선호한다는 공통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같다. 그것을 좋아하는 마음, 좋아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추상적이더라도 ‘, 그거 뭔지 알아.’라고   있는  특별한 차원의 것이랄까. 취향이 독특할수록  원이  고유해지겠지.     


 그녀와 나는 비슷한 점이 꽤 있는데, 그중 가장 비슷한 점은 생각하는 방식과 느끼는 방식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어떤 장면, 어떤 대사가 가진 감정을 공감하는 정도, 인간관계 안에서 상황과 상대를 바라보는 관점, 그때의 내 태도를 후회하거나 안심하는 이유 같은 것들이 비슷하다. 다르더라도 그 도식의 과정이 비슷해서 동기화가 쉽다. 이 점이 가진 가장 큰 순기능은 위로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친분이나 책임감이 어떤 것을 이해시켜준 척할 때 마음은 외로워지기 마련이라. 따지고 보면 참 사려 깊은 친절이고 노력인데도 씁쓸하고 쓸쓸한 건 어쩔 수 없다. 때로는 상대의 의도와 내 느낌이 일치하는 게 얼마나 날카로운지. 관계를 만들고 어떤 때는 그르치면서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녀와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면 내 어떤 부분이 완전히 인정받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된다. 가짜가 아닌 진짜 이해는 부피도 무게도 커서 오랜동안 마음에 생긴 골을 척척 잘도 채우는구나 싶다.      


 비 오는 날 아늑한 실내에서 비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무척 많겠지. 계절이나 날씨를 버스나 지하철 타 듯 타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겠어. 영화나 드라마는 말해 뭐해.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선호, 그 안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공통이 소중하고 특별하다. 자신의 취향만 고귀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대의 공감을 의심하지 않고, 비 오는 날에 마음이 살랑거린다는 어렵지는 않으나, 그게 뭔지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꼭 같은 뜻을 말할 수는 없는 어떤 말의 뜻이 통한다는 것이 그녀 덕분에 새삼 감동스럽다.


 비 오는 날에 마음이 살랑거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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