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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반복되는 시간 3

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by 메이앤앨리스

<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9화. 반복되는 시간 3


페페는 그라임스에게 믿어달라는 표정을 내보이며 밖으로 나왔다. 여성형 외계인, 프로소는 우주선으로부터 내려와 게스트 하우스를 살피고 있었다.


페페는 프로소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큰 절을 했다.

“위대한 창조자이시여. 미천한 그대의 피조물이 인사를 올립니다.”


페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안 프로소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만 둬라.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내가 왜 너의 창조란 말이냐?”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은 베타 센터우리의 창조자 종족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연기를 하고 있는 페페는 일부러 목소리를 떨리게 했다. 프로소라고 해도 마음을 읽는 능력은 없었으니 페페의 연기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었다.


한편,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메이와 앨리스가 창에 달라붙어 바깥을 엿보고 있었다.


“페페가 라엘리안인 줄은 몰랐는데.” 메이가 말했다.

“라엘리안이 뭔데.” 앨리스가 물었다.


“라엘리안은 외계인이 지구 생명체의 조상이라고 믿는 종교 집단이야.”

“언제부터 그런 게 있었지?”


그때 그라임스가 메이와 앨리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페페는 라엘리안이 아니에요. 그런 종교를 믿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라엘리안인 척 하고 있는 거네.” 메이가 말했다.


프로소와 페페는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왔다. 페페는 여전히 허리를 깊게 숙이며 말했다.

“위대한 창조자시여. 그대의 일족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소서.”


프로소는 검은눈에게 말했다. “무척 원시적인 기술을 쓰고 있지만 당신이 우리 일족의 선조로군.”


“그렇다. 일족의 후손이여.” 검은눈은 페페가 프로소의 뒤에서 한쪽 눈을 찡긋 감는 모습을 보았다. 아무래도 검은눈의 일생 일대의 연극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았다.


“난 10억 년 전에 우리 일족의 방랑을 목격한 존재다. 후손이여.” 검은눈이 말하자 프로소가 매섭게 쏘아댔다.


“10억년 동안 뭘했지?”


“많은 것을 했다.”


“네 녀석의 말이 얼마나 그럴 듯하냐에 따라서 이 미개한 종족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후손이여. 성급하게 구는 것은 좋지 않다.” 다급하게 말하는 검은눈의 뒤통수로 땀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검은눈이 허공에 손짓을 해보이자 현실과 똑 같은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검은눈이 게스트하우스에 설치해둔 개인용 시스템을 통해서 구현된 현상이었다. 물론 메이와 앨리스에게는 비밀이었다.


“10억년 전 우리 종족이 떠나고 난 지구의 생명체들에 관심을 가졌다.”


허공에 파란색 공과 같은 지구가 떠올랐다. 지구는 점점 확대되어 원숭이와 침팬치처럼 보이는 동물을 비췄다.


“나는 이 생명체들 중에서 특히 영장류가 지적 능력을 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검은눈은 자신의 인공지능을 쥐어짜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영장류의 DNA에 간섭해 진화의 물길을 바꿨다.”


영장류가 사라지고 원시인이 나타났다. 원시인의 모습은 고층건물과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으로 점점 변해갔다.


“그리고 이 영장류는 지금의 지구인으로 발전하게 됐다.”


페페가 프로소에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그러니 이 지구인들의 모든 것이 창조주님의 것입니다.”


“핫핫핫. 그렇군. 피조물들아. 이 누추한 곳에 머물면서 너희들을 좀 더 관찰해봐야겠다.”


메이가 프로소의 말을 듣고 앨리스에게 속삭였다. “우웩. 저 건방진 외계인까지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거야?”


그렇게 해서 프로소도 메이&앨리스 게스트하우스의 식구가 되었다.

(계속)


<우주민박 메이앤앨리스>

* 글 : 제이슨, 그림 : 란

* 매주 수요일 연재

* 메이앤앨리스 인스타그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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