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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생각 Oct 14. 2020

아이도 성향이 있다: 내향적 성향 가진 아이 기르기

혼자 놀이하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할 수 있는 두가지 질문 

   "아이가 친구가 옆에 있는데도 자꾸 혼자 놀아요. 

   다른 아이들처럼 우리 아이도 친구랑 잘 어울려 놀았으면 좋겠는데 걱정이 돼요..."

매년 학부모와 상담을 하다보면 적어도 다섯명 정도의 부모님들께 듣게 되는 고민거리이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친구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는데, 구석에서 조용히 혼자 놀이하는 우리 아이를 보게 된다면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교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때 위와 같은 고민 상담을 받는다면 나는 "최대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함께 놀이하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제가 도와줄게요"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답변은 더이상 아이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 그렇다면 위의 고민에 대해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


  한때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자소서에서 유행했던 시절이 있다. '협동', '협력' 등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이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0년도에 '협동'이라는 단어가 과연 중요할까? 이에 대해서는 다소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 '협력' 보다는 개개인의 역량과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오고있다. 코로나 이전 E(외향)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던 사회에서, 코로나 이후 더이상 E(외향)와 I(내향)의 역량이 모호해지고 있다. 그리고 점점 I(내향)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가치가 중요시 되고있고, 그 성향을 인정하는 시대가 오고있다.

출처: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24&page=1&t_num=13609041

  교실 속에서 아이들의 놀이를 보면 개개인의 성향이 눈에 들어온다. 

  1)친구들과 함께 떠들석하게 놀고 있는 아이

  2)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교구에 몰두하여 놀이하고 있는 아이

  3)친구랑 놀기도 하고 혼자서 놀기도 하고 왔다 갔다 하는 아이. 

이렇게 크게 세가지로 구분해 보고자 한다.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마 외향적 성향을 가진 아이일 것이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놀이하는 아이는 내향적 성향을 가진 아이일 것이다. 그리고 기분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아이는 내향, 외향 성향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아이일 것이다.


  외향적 성향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교우 관계가 좋네.'라고 생각하며 대체로 만족을 한다. 하지만 혼자서 노는 아이를 보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교우관계가 안좋은 것이 아닐까?'라고 걱정을 한다. 외향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에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세요. 아이가 친구들을 좋아해요. 친구랑도 잘 어울리고 사교성이 좋아요."라고 얘기해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내향적 아이를 둔 부모님과 상담하는 것이다. 나는 내향적 성향을 가진 아이의 부모님들께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항상 한다.


  1. 주변에 MBTI 검사를 하면 I(내향)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으신가요?

  2. 아이에게 '혼자서 장난감 가지고 놀때가 좋아? 친구랑 다같이 놀때가 좋아?'라고 물어본 적 있으신가요?


  1번 질문을 하는 이유는 주변에 내향적 성향을 가진 사람을 한번씩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다. 물론 부모님 스스로가 내향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대화가 훨씬 잘된다. 아이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도 내향적 외향적 성향이 따로 있듯, 아이들도 성향이 있다는 것을 부모님들께 꼭 말씀을 드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이도 성인처럼 각자의 성향이 있고, 내향-외향의 차이일뿐 아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2번 질문을 하는 이유는 아이의 성향이 '내항'이 아닐수도 있기 때문이다. 혼자 노는 것이 좋아서 혼자 놀이를 하게 된다면 내향 성향일 가능성이 높지만, 친구와 놀고 싶지만 사회적인 기술이 부족하고 같이 노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함께 놀지 못하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둘 다 좋다고 할 경우 우리 아이는 내향과 외향적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면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혼자 노는 것은 싫지만 친구들과 같이 놀지 못하는 경우이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왜 친구와 잘 어울리는지 못하는가에 대해 심도 있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내향적인 사람에게 "왜 사람들과 안어울리세요? 혼자 계시지 마시고 나가서 사람들좀 만나세요."라고 얘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마찬가지로 내향적 성향을 가진 아이에게 "너 왜 친구랑 같이 안놀아? 친구랑 같이 놀아야지"라고 말하는 시대도 지났다. 꼭 친구와 함께 놀아야지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놀이 속에서도 아이는 교구와 환경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혼자 놀이하면서 무궁무진한 상상의 기회를 가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다.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아이가 혼자 놀이하는 것의 중요성과 가치들이 밝혀지고 있다. 즉, 혼자 놀이하는 시간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발달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같이 놀기 보다는 혼자 놀이를 좋아한다면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혼자 계속 놀이하는 아이를 걱정한다면 그 걱정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내가 혼자 노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는 죄책감에 빠질 수 있고, 부모의 눈치를 보며 내키지 않지만 친구들과 노는 척 할 수도 있다. 혼자 노는 것이 재미있는데, 혼자 놀 수 없는 아이는 얼마나 불행할까?


  부모라면 아이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학교, 직장 등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그 자체가 얼마나 나를 피곤하게 하는 시간인지를 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라면,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게 하고 함께 놀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계속 놀이를 하게 하는 것이, 단순히 부모의 만족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뒹굴 뒹굴 포근한 이불 위에서 아이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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