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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Apr 01. 2024

그리운 이가 된다는 것

등교 후 엄마 다이어리에 남은

아들의 흔적


빨리 나오라는 재촉에도

꼬깃꼬깃 뭔가 쓰고 있더니

이거였구나.


하교 후 동생에게 핵폭탄 예약 선언


너무 잘 알 것 같은 말투와

너무 잘 알 것 같은 글씨체


이제 막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따뜻한 흔적



만날 때마다 손 편지를 주던 친구

두부가 큰 엄마의 된장찌개

늘 그 자리에 나와계시던

고향집 주차장의 아빠..


잘해주던

내어주던

기다려주던...


늘 그랬던 존재는


아득히 멀어져도

그리움으로 남는다.

어디서나 다른 벚꽃

수많은 다른 사람들 속에서도


그 시간 그 자리의 추억과

독특한 웃음소리와 말투

익숙한 존재의 흔적


두려움과 슬픔

기쁨과 사랑

삶으로부터 지금까지 조합해 온

그 만의 독특한 향기.


재주 없는 나라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나 보다.


같은 자리에서
글을 쓴다.

그리움으로 기억되고 싶어서.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리움으로,


수없이 새로운 것이 나와

대체되고 사라지더라도_


그리운 이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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