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한 마리가 날갯짓하다
간절히 매달려있던 나뭇잎을
톡 건드려 떨어뜨린다.
알았을까?
속절없이 떨어질 줄.
/
떨어지는 나뭇잎 곁으로
부드러운 바람 불어
연둣빛 잎사귀 살랑살랑
추락하며 춤춘다.
처음 느낀 평온함 초록빛을 감싸고
메마른 세상 너머 온통
밝은 잎 흘러
이제 나뭇잎은 이유를 모른 채
모든 것 안에 신을 노래한다.
순응한 순간,
극복하는 아이러니!
그런데 지금은
저미다가 떨어지는 쓸쓸함과
사무친 듯 맺힌 슬픔들에 감사해요.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설명하려 애쓰다가
힘을 뺀 후 그대로 터져 나온 빛줄기를
연둣빛 포도처럼 영글어 빛나는
싱그러운 감정들을.
여기 살아있네요.
이젠 내가 안고 있죠.
거부하지 않고 밀쳐두지 않고
웅크렸던 아이를 더욱 꼭 안아요.
그때부터였죠.
우리 이야기가 쓰고 싶어 졌어요.
내 이야기 말고,
우리 이야기.
하지만 미숙한 내가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주인공을 등장시켜도
옛날 옛적처럼 말해도
다 제 이야기 같은 가봐요.
사실은 요즘 제가 얼마나 행복한 지
당신이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
변한 건 없죠.
진실은 그대로.
뻔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내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에요.
선함으로 가득 찬 온전한 지금을 믿어요.
여전히 생각과 감정이 찾아오지만
끌려가지 않고 저항하지 않고
지켜보고 안아주며 흘려보낼 수 있게 됐어요.
그대가 경험해야 하기에 알려줄 순 없지만
바깥에서 나의 귓속말이
당신의 귀를 간지럽힌다면
안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잠잠히 귀를 기울여보세요.
그런 후에 우리 다시
각자가 은밀히 서로의 하나 된 이야길 나눠요.
뒤늦게 발견한
우리 안의 빛,
그 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