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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성 Mar 31. 2021

길 위에서

길 위에서


머뭇거리는 낙엽 몇 담은 가로수길 

겨울나무,

담백한 빈 가지의 나무가 좋았다    


주름 잡힌 시간 속의 도시 모퉁이 

사람들,

외로움이 깃든 이가 소탈해서 좋았다    


외로움을 곪아 터지게 하고

새 살 같은 새로운 경지에 오르기 위한

문득,

떠나는 여행의 이유가 좋았다    


손 흔들며 돌아선 너의 뒷모습

제비꽃 향 물씬 묻어나는 

기억,

그림자 같은 속삭임으로 

네 마음 내게로 흘러올 때가 좋았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자리

아무렇게나 살아도 무엇인가 되어주는 삶  

드리워질 죽음의 

그림자,

메마른 영혼 적셔주는 흐르는 강물 같아 좋았다    


무수한 생각의 갈래들

거슬러가다 보면 

결국 한 줄기로 머물겠다    

작정 없이 떠돌던 길 위에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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