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머뭇거리는 낙엽 몇 담은 가로수길
겨울나무,
담백한 빈 가지의 나무가 좋았다
주름 잡힌 시간 속의 도시 모퉁이
사람들,
외로움이 깃든 이가 소탈해서 좋았다
외로움을 곪아 터지게 하고
새 살 같은 새로운 경지에 오르기 위한
문득,
떠나는 여행의 이유가 좋았다
손 흔들며 돌아선 너의 뒷모습
제비꽃 향 물씬 묻어나는
기억,
그림자 같은 속삭임으로
네 마음 내게로 흘러올 때가 좋았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자리
아무렇게나 살아도 무엇인가 되어주는 삶
드리워질 죽음의
그림자,
메마른 영혼 적셔주는 흐르는 강물 같아 좋았다
무수한 생각의 갈래들
거슬러가다 보면
결국 한 줄기로 머물겠다
작정 없이 떠돌던 길 위에서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