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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성 Mar 30. 2021

맑은  눈동자를 가진 짐승에게


친구와 오랜만의 동행  

그가 이끈 먼 외곽지 한적한 식당뒷마당

철창 속 작은 짐승 한마리

경계심도 저항할 생각마저도 버린 듯

멍하니 무심한 표정의 새끼 오소리

작은 생명체의 뒷다리는 살이 찢겨져 처참했으며

노을이 지는 돌아갈 수 없는 산

초점 풀어 놓은 채 바라보는 눈동자엔

생명에 대한 집착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아무것도 없다    

아직 어려 정력에는 그만이라고 히죽거리는 얼굴붉은 주인

그놈에게서 역한 냄새가 났다

모처럼의 대접을 몰라준다는 친구의 투덜거림

망나니의 풍월이 되어 내 귓전 허전히 때렸다    

올무에 살이 파일 정도로    

몸부림쳤을 새끼 오소리

주변을 애타는 마음으로

수없이 맴돌았을 어미

그 울음은 우리가 잊은 봄밤을 울렸을 것이다

돌아오는 나의 길 바람이 메말랐다    

지금쯤 충혈 된 눈의 식당 주인 자랑처럼

몸보신 찾는 누군가가 먹고 있겠다

멍하니 노을을 바라보던 작은 짐승의 맑은 눈동자

저 건너 하늘에는 그렇게 맑은 영혼을 가진 이들이 살 것이다

선한 짐승아, 차라리 그곳으로 가거라

미쳐 발광하는 이 땅에는

너의 눈동자가 어울리지 않다    

나만의 천도제를 만들어 보는 봄밤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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