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운이 참 좋대. 하는 일마다 엄청 대박이래, 근데 본인이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된대.' 그렇겠지, 복권도 사야 뭐라도 될 거고, 접시라도 있어야 밥을 얻어먹지. 그래서 이것저것 많은 돈도 쓰고(나름 투자) 안 하던 공부(소소한)도 시작했다. 그러나 8월, 아직은 내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지, 대박은 커녕, 골치 아픈 일들만 드글드글 하다.
믿었다. 그리고 아직도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저 운세라고 떠벌린 자의 안전장치 거나, 어쩌면 당연한 말을 한 것이다. 굳이 운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미래 시간엔 기대치가 있는 법이다. 그런 기대에 누군가 한마디 보태오면 그 기대치가 믿음으로 변해 버린다. 참 가볍고 나약한 존재다.
나약했기에 인간은 늘 당했다. 공룡에게 당하고 호랑이에게 당하고 힘센 동족 인간에게도 당했다. 그런 인간은 상상을 했다. 저 공룡을 영웅처럼 물리치고, 호랑이와 싸워 가죽을 벗기고, 적과 싸워 이겨 가족을 지키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가장 나약하던 인간이 번성하기 시작한다. 바로 상상을 했기 때문이다. 상상은 점점 더 많은 뇌세포를 필요로 했다. 동굴 속 인간은 먹고 숨어 지내며 상상 속에 살았다. 그리고 동굴 속에서 나올 땐 머리가 커져 있었고 그 안에 뇌세포가 가득 차 있었다. 인간은 이전 지구에선 존재하지 않았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공룡을 물리치는 방법을 찾아냈고 호랑이를 대적할 무기를 고안하고 그들로부터 안전한 집을 지었고 곡식을 재배하고 가축을 키웠다. 이처럼 인간의 나약함이 뇌를 키워 결국 지구 상의 지배자가 되었다.
여전히 인간은 나약하다. 상상의 개념처럼 존재하지 않는 '존재'의 믿음으로 위로받고 현실로 끌어들여 신앙의 조직을 만들고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만들었다. 어디, 상상의 산물이 그 존재의 무엇과 그로 인한 정신적 산물들 뿐인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상상의 산물들이다. 번쩍번쩍하는 저 도시를 보라.
나는 나약하다. 거짓의 마수걸이에 믿음을 가졌고 아직 미련을 못 버리고 한 손에는 접시를 다른 한 손에는 복권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그리고,분명히,다아는것처럼... 올해가 가기 전에 운세의 신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그래도 올핸 열심히 살았잖아. 그럼 된 거 아냐.' '야! 이눔아, 이 사기꾼아. 대박 난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