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많은 번뇌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회사일, 개인일, 가족일 그들이 번호표를 뽑고 끝없이 줄을 서 있다. 저 번호가 끝나는 날이 올까 싶다. 아..나도 저 번호표 한번 뽑고 싶다. 뽑으면 누구에게 들고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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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어릴 적 비는 황톳물이 되어 흘렀다. 지금은 온 산들에 나무와 풀이 자라 황톳물은 더 이상 없다. 때문에 툭하면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내린 비가 한 번에 흘러 낙동강 하류에 범람하는 일이 적다. 무성한 나무와 풀이 비를 흡수하고 천천히 내뱉는다. 강에 물이 마르는 일이 적어졌다. 생물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번성한다.
어릴 적 언젠가 가뭄이 들었다. 타들어가는 ㅇㅇ밭의 주인인 한 노인의 마음도 타들어 갔다. 이 노인은 산에 나무들이 물을 다 먹어 더 이상 냇가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날 소주 한 병으로도 본인의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그는 산에 불을 질렀다. 바짝 마른 산은 훨훨 타들어 갔다. 불은 산꼭대기까지 한 면을 다 태우고 진화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한 면은 다른 곳 보다 나무가 없거나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회복하려 한다. 같은 마을 어르신을 우매하여 어쩌구저쩌구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것이 인간사이고 나의 한 모습인 것이다.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럽다. 좌 측 발을 디디면 우측 발을 디뎌야 앞으로 간다. 좌측 발을 욕할 필요 없고 우측 발을 욕할 필요 없다. 남의 우매함을 욕할 필요 없고 나의 우매함을 탓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가기 위해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고치고 조율하면 된다. 그러나 관성이라는 것이 있어 또 인간사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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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하늘에서 내린다. 내린 비가 하늘 한쪽을 가지고 왔다. 고인 빗물에 하늘이 담겨있다.